2012년부터 사업주 의무화된 '가족돌봄휴직'
비정규직·5인 미만은 "쓰기 어렵다" 70%대
"저희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시라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는데 회사에서 휴직 전 마지막 근무 날 '쉬어서 좋겠다'고 하더군요."
"70대 어머니가 지체장애 3급에 지병도 있으셔서 거동이 힘드신데, 혼자 화장실 가시다가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아버지도 편찮으셔서 누굴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긴 고민 끝에 회사에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는데, 100여 일 지나서야 '불가능' 통보를 받았어요. 법이 보장하는 휴직을 신청한 것인데도 회사는 '간병인 쓰라' '3급 장애는 중하지 않다'고 말하더라고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가족돌봄휴가·휴직'과 관련해 접수된 상담 내용들이다. 법제화된 지가 10년이 넘은 제도임에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여전히 해당 제도들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올해 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59.0%가 '가족돌봄휴가·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가족돌봄휴가·휴직은 부모, 자녀, 배우자 등이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경우 무급으로 휴가·휴직하는 제도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가족돌봄휴가는 연 10일(2020년 신설), 가족돌봄휴직은 연 90일(2012년부터 의무화) 사용할 수 있다. 사업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휴가를 부여해야 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비정규직(70.5%), 5인 미만 사업장(72.1%), 월 급여 150만 원 미만(73.9%)인 노동자는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높았다. 직급별 차이도 컸다. 쓰기 어렵다는 응답이 상위 관리자급에서는 셋 중 한 명꼴(34.4%)인 반면, 일반 사원급에서는 셋 중 두 명꼴(68.5%)에 달했다.
김현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행법상 가족돌봄 중에는 사업주에게 임금 지급 의무가 없는데도 이렇게 제도 활용이 어려운 현실이 사업주의 '일 가정 균형'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돌봄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