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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팬' 너머... 한을 풀던 지역 관중의 야구 역사를 보고 싶다

입력
2024.05.13 0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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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최강야구' 등 야구 예능 유행의 빛과 그림자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예능프로그램 '찐팬구역'은 연예인들이 각자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채널십오야 영상 캡처

예능프로그램 '찐팬구역'은 연예인들이 각자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채널십오야 영상 캡처

내게 프로야구는 계절이 몇 차례나 지난 유행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성공리에 끝낸 그 시절 국가대표팀 주전 중 절반이 구장에 등 번호를 새기며 명예로운 은퇴를 하고, 나머지 절반이 리그의 최고참이 돼 미래의 '영구 결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 인기 식었는데... 쏟아지는 콘텐츠의 아이러니

그러나 콘텐츠로서 야구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2022년 '은퇴선수 사회인 야구팀'이라는 포맷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최강야구'는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LG 트윈스의 가을야구 도전기를 담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아워게임'(2023), 국내 10개 구단의 대표선수 또는 루키를 한 명씩 집중 조명한 디즈니플러스의 '풀카운트'(2023) 그리고 미지명, 방출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 KBS2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2022)까지.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 야구 콘텐츠의 유행은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국제 대회 성적과 리그 간판스타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상기하면 그 경향을 납득하기 어렵다.

4월 방영을 시작한 ENA '찐팬구역' 역시 오랜 야구 팬의 입장에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콘텐츠다. '찐팬구역'은 야구 경기 중계 화면과 그것을 시청하는 연예인 야구팬의 반응을 나란히 보여주는 단순한 구성의 '응원 예능'이다. 온라인 실시간 방송 채널인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캐스터들의 편파 중계나 10개 구단 팬들이 모여 성역 없이 이야기를 나눈 유튜브 토크쇼 등에 익숙한 야구팬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야구팬'이 나온다는 것 외에는 크게 새로울 것도 없다.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시즌3 한 장면. JTBC 영상 캡처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시즌3 한 장면. JTBC 영상 캡처


프로와 아마 경계 지운 '최강야구'의 자생력

이처럼 최근 제작되고 있는 야구 콘텐츠는 대부분 '프로야구의 인기에 이바지할 목적'이나 '프로야구의 기성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리그의 수준이나 성적과 관계없이 야구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제작자들은 프로야구가 갖고 있는 넓고 충성심 높은 소비자층을 상대로 야구라는 콘텐츠의 독립성을 실험한다. '최강야구'는 가장 성공한 시도다. 방송은 은퇴한 프로 출신 선수들을 기용하고,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에 방송을 편성하며 기존 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평균 세 시간이 훌쩍 넘는 야구 경기를 하이라이트만 남겨 편집하고, 실제 경기에서는 공백인 시간과 공간에 선수 개인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채워 지루함을 줄였다. 방송은 또한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능동적으로 지운다. 재능과 끈기만이 인정받던 프로의 세계에 이해와 관용이라는 가치를 더해 야구를 보는 새로운 관점도 발견해 낸다. '최강야구'는 그렇게 독자적인 팬덤을 확보하며 프로야구의 영향 없이 자생력을 갖춘 최고의 야구 콘텐츠로 거듭났다.

'풀카운트'에서 이대호(오른쪽 첫 번째)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다. 2022년 모습이다. 디즈니플러스 영상 캡처

'풀카운트'에서 이대호(오른쪽 첫 번째)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다. 2022년 모습이다. 디즈니플러스 영상 캡처


티격태격 응원 너머... '다음 말'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찐팬구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연예인들이 두 팀의 경기를 보며 티격태격 응원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 방송은 뉴미디어 중계권을 독점한 자사 OTT의 홍보 수단이 아닐까란 의심마저 든다. 그러나 프로야구 팬을 본격적으로 호명한 이 방송에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된다. 우리에겐 '최강!'이나 '무적!'이라는 구호 다음의 말들이 필요하다. 독재 정권이 만든 갈등의 거점에서 각자의 한을 풀던 지역 관중의 역사, 거대한 노래방이나 회식 장소에 비유되곤 하는 특유의 응원 문화 등을 다루는 게 한 방법이다. 어디를 봐도 온통 남성뿐인 리그에서 여성 야구팬들이 살아남는 방식, 욕을 하며 보는 것이 관성이 된 온라인 담론의 부작용과 스트레스 등 아주 조금만 펼쳐도 사람들이 야구를 사랑하면서 한번쯤 품어 보았을 생각들이 우글거린다. 한국 예능은 과연 야구를 통해 어떤 결론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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