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성립 안돼도 무조건 처벌 어려워"
건설 시공사가 계약해지를 통보받자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공사장 입구를 쇠파이프로 용접해 출입을 막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나중이 유치권을 인정받지는 못한 경우였지만, 그 결과만으로 이들을 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유치권은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사람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증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담보물권을 말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대표 A(52)씨와 B(50)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 경기 군포시 사옥 신축 공사 현장에서 쇠파이프 세 개로 차량 출입문을 용접하고, 사람이 다니는 문을 자물쇠로 잠근 혐의를 받는다. 또 붉은 글씨로 '유치권 행사중'이라고 써 붙여서, 직원 및 공사 차량이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두 사람은 이미 골조공사를 진행하고 공사대금을 청구했는데, 발주처가 이견을 보이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유치권 행사는 법리 판단이 어려운 데다, 이런 행위 자체만으로는 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판사는 "A·B씨가 공사현장을 점유하면서 다소 과격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사실만으로 벌을 줄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이런 행위로 공공의 안녕 등 위해가 초래 됐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나중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지만, 이 판사는 그것만으로 이들에게 죄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공사 유치권은 전문가들도 판단이 어렵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A·B씨가 처음부터 유치권 불성립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로 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