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간고사가 끝난 안암의 한 대학 캠퍼스 한편이 다양한 국가 학생들의 축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교류회가 매 학기 주최하는 '외국인 학생 축제(ISF)' 현장이다. 이날만큼은 외국인 학생들이 자국 학생들과 함께 국가홍보코너를 꾸리며 향수병을 달래고 타국 유학생들, 한국 재학생들과 어울려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올해는 21개국의 150여 명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아드레나 샤즈위나(21)는 2주뿐인 한국 체류 기간 중 '분홍빛' 바주 꾸룽을 입고 축제 나들이에 나섰다. 함께 있던 대여섯 명의 친구들 또한 모두 분홍빛 전통의상을 입어서 많은 사람이 붐비는 가운데서도 눈에 확 띄었다. "말레이시아는 명절뿐만 아니라 전통의상을 평소에도 자주 입어서 디자인이 다양한데, 지금은 핑크가 트렌드예요." 샤즈위나와 친구들은 본교와 고려대의 단기 교환프로그램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남은 1주가량의 시간도 알차게 보낼 것을 다짐했다.
스웨덴 국적의 맘제인 인자이(21)는 파란색의 전통의상을 입었다. 국내에 미드소마라는 영화로도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명절 '미드솜마르(Midsommar)' 기간에 스웨덴 사람들은 해가 오래 떠 있는 백야를 기념하며 전통의상과 함께 화관을 쓴다. 인자이는 화관이 없어 흰색과 노란색 꽃이 섞인 꽃다발을 손에 들었다.
스페인에서 온 마리나 노구에라(21)는 머리 한쪽에 빨간 꽃을 꽂은 채 부스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었다. 노구에라는 전통 소품을 제 뜻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스페인에서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꽃은 개수와 색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자신이 머리에 단 빨간 꽃 하나는 곧 결혼했다는 뜻이며 흰색 꽃 하나는 미혼을 뜻한다. 그러니 미혼인 자신은 잘못 착용한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알렉스 챈(19)은 비즈니스 마케팅을 전공하는 프랑스인 교환학생으로 '아이 러브 파리'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은 액새서리를 착용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전통의상을 입은 가운데 현대식 티셔츠를 입은 챈이 한눈에 띄었다. 관광객들이 여행을 간 곳에서 주로 사 입는 '아이러브 00' 티셔츠는 프랑스 MZ 사이에서 재유행했다고 한다. 챈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 캐나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캐나다에서도 프랑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자주 패션 아이템으로 즐겨 입는다고 귀띔했다.
이날 뜨거운 축제의 열기는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 수를 체감하게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경희대는 4,302명, 한양대 3,451명, 연세대 4,142명, 고려대가 3,358명을 기록했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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