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사현장에서 토사 무너져
굴착기 작업자들 매몰 전 탈출
공기 쫓겨 무리한 작업 의혹
8일 경북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굴착기 작업자 매몰 사망 사고에 앞서 두 달 전에도 같은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흙더미에 묻힐 뻔 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름 1m짜리 돌이 떨어져 굴착기가 파손되는 등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중순쯤 울릉공항 건설현장인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산 144번지에서 굴착기 작업자들이 매몰될 뻔 했다. 산처럼 쌓여 있는 토사가 무너지면서 아래쪽에서 굴착기로 흙을 퍼내던 작업자들 위로 쏟아졌다. 작업자들은 다행히 사고현장을 빠져나왔다. 울릉공항 건설은 해발 194.3m 높이의 가두봉 정상에서 굴착기로 흙을 절취하면서 산 아래 지상에서는 굴착기로 흙을 파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4월 19일에는 공사현장에서 지름 1m 크기의 암석이 떨어져 굴착기가 파손되기도 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시행사인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공기 단축에 전념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쯤부터 오전 7시부터 시작하던 작업을 오전 6시로 앞당기고 밤 10시까지 야간공사를 강행했다. 울릉도에는 지난 5일부터 사고 전날까지 3일간 총 21㎜가 넘는 비가 내려 섬 전체 지반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사고 당일에도 평소대로 오전 6시부터 작업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공항은 오는 2026년 상반기 개항이 목표다. 하지만 전체 공정률은 이달 초 기준 46.7%에 불과하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울릉읍 사동리 한 주민(60)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두봉을 절취하고 바다에 흙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황사보다 심한 먼지가 발생했다”며 “야간 작업까지 하는 걸 보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측은 "2개월 전 사고는 아직 파악이 안 됐다. 현장 상황 수습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1분쯤 울릉공항 건설 현장에서 쌓아둔 토사가 무너져 굴착기 작업자 2명이 매몰됐다. 작업자 1명은 빠져나왔으나 다른 작업자(64)는 빠져나오지 못했고 12시 13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을 중지시킨 후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