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고위 관리 "상호 존중 속 중국과 대화할 것"
라이칭더 출범 앞두고 양안 간 긴장 이완 제스처
'현상 유지' 원하는 바이든 정권 향한 호응 성격도
라이칭더 정권 출범을 앞둔 대만에서 고위 외교 관리가 "대만의 새 정부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라이 당선자가 강경한 독립주의 노선은 잠시 접고 일단 중국과의 긴장 이완에 무게를 두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위다레이 주(駐)미국 대만경제문화대표부(주미 대만대사관 격) 대표가 전날 인터뷰에서 "대만의 차기 지도자(라이 당선자)는 동등한 위치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중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요즘 대만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며 "현상 유지는 우리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새 정부(라이 정권) 또한 현 상태 유지를 선호한다"고 위 대표는 전했다.
양안 외교에서 통상적으로 '현상 유지'는 '대만 독립'도, '중국과의 통일'도 아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대만이 사실상의 독립국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공개된 대만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센터의 '2023년 대만인의 정치적 태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답변은 61.1%로, '독립을 원한다(21.5%)'와 '통일을 원한다(7.4%)'고 답한 응답 비율을 압도했다.
위 대표의 이날 발언은 라이 당선자 취임(20일)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나왔다.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 더 강경한 독립주의자로 평가돼 온 라이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대만 고위 관료가 현상 유지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권 초반부터 독립주의 정책을 택해 중국의 격한 반발을 부르기보다는 일단 양안 간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 대표는 "중국과 대만은 같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함께 번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공격자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공격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이 같은 '노선 조정' 제스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로라 로젠버그 회장은 지난달 라이 당선자를 만나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은 미국과 대만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양안 간 현상 유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라이 당선자의 강경한 독립주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도 대만을 향한 중국의 도발적 군사 행동은 경계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변수를 줄이기 위해 대만해협의 긴장도를 낮추기를 원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에 라이 정권도 일정 부분 호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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