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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KF-21 먹튀 의혹에도 '분담금 축소' 인니 입장 대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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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KF-21 먹튀 의혹에도 '분담금 축소' 인니 입장 대변만

입력
2024.05.08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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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인니 측 "26년까지 6000억 원만 납부" 제안
기술 이전 조정한다지만… 국방 예산·KAI 부담 늘어
인니 48대 도입도 장담 못 해… 기술 유출 수사 변수도


"인도네시아의 방위력 개선 규모는 저희의 20% 수준으로, 그들에게 1조6,000억 원은 거의 5조 원에 가까운 예산입니다. 인니로서는 재정 압박이 심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정부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보라매)의 개발 분담금을 기존 1조6,000억 원이 아닌 6,000억 원만 납부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측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기술 이전 역시 납부될 분담금만큼 해주기로 했다.

8일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인니 측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인니는 KF-21의 공동개발국으로 당초 총사업비의 20%인 1조6,0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사정 등을 이유로 이 중 6,000억 원만 납부를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노 단장은 이에 "인니는 몇 안 되는 특별 전략적동반자 관계이고, 동남아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아세안 의장국"이라며 "향후 잠수함을 비롯한 다른 무기 체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분담금을 조정하는 대신 당초 분담금 납부 대가였던 △기술 이전 △시제기 제공 △인니 현지 생산 부품 적용 등의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외교 관계 고려… 인니도 분담금 납부 노력 중" 적극 해명

2023년 1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3호기가 최초 비행에 성공, 상공을 날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2023년 1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3호기가 최초 비행에 성공, 상공을 날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노 단장은 과거 인니가 국산 훈련기인 KT-1과 T-50의 동남아 수출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니 측이 분담금 납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4월 말 분담금 조정 제안과 함께 1,000억 원을 납부한 것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돈을 안 내려는 인니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굳이 계약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 차원인데, 이 과정에서 인니 측 입장을 적극 대변해준 것이다.

방사청이 이처럼 인니를 안고 가려고 애를 쓰는 것을 두고는 KF-21 개발 이후 48대를 도입하겠다는 인니의 약속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체가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수익을 거두는 시점은 양산 후 수출이 이뤄질 때인데, 인니가 그 물꼬를 터주겠다고 했으니 지금 관계를 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서 양보를 해주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비용 절감에도 5000억 예산 추가 투입… 기술 유출 '먹튀' 의혹도 진행형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 1월 KAI 파견 인도네시아 연구원이 이동형 저장장치(USB)에 KF-21 관련 자료들을 담아 출국하려다가 적발돼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 1월 KAI 파견 인도네시아 연구원이 이동형 저장장치(USB)에 KF-21 관련 자료들을 담아 출국하려다가 적발돼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48대 도입' 약속을 인니 측이 반드시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인니 분담금 축소분을 우리 국방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물론 방사청은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정효율화와 인력 관리 등을 감안해 재추산한 결과 실제 소요 예산은 5,000억 원 규모로 대폭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국방 예산을 100억, 200억 원 늘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각 분야 예산을 줄여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예산 다툼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민간업체인 KAI에 일부 비용을 부담케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이례적이다. 당초 계획은 한국 정부 60%, 인니와 KAI가 각각 20%씩 부담하는 것이었다. 방사청은 "KAI의 추가 분담에 대해서는 향후 양산 시에 보상해 주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KAI 입장에선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 부담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인니 측 기술유출 의혹과도 연관돼 뒷말이 제기된다. 의혹은 지난 1월 인니 연구원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방대한 분량의 KF-21 개발 자료를 담아 유출하려다 적발되면서 불거졌는데,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이전 내용을 조정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지적이다. 인니 연구원이 유출을 시도한 기술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과거에도 인니 본국으로 전달된 기술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수준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니의 분담금 축소 제안이 '먹튀' 의혹을 받는 이유인데, 방사청은 "분담금과 기술유출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인니 측의 제안을 검토한 뒤, 내달부터 체계개발 기본계획서 등 관련 문서 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어 올해 말까지 총사업비 조정 협의를, 2026년까지 이전 가치 조정 및 인니 현지 양산 계획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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