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군용기 사고 절반이 전투기
"KF-21 상용화 앞당기고 처우·안전 개선을"
내달 퇴역하는 F-4(팬텀) 전투기는 원래 2019년 도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5년 더 운용했다. F-4의 강점인 무장 탑재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라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대체할 신기종 도입이 갈수록 늦어지는 탓에 섣불리 공군 전력에서 제외할 수 없던 이유가 더 크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추산한 한국 공군의 전투기 보유 적정 규모는 420~430대(2015년 기준)다. 이는 유사시 북한지역 표적을 타격하도록 한미연합사령관이 정해둔 공군 전투기 출격 횟수 등을 토대로 산정한 수치다. 반면 공군은 실제 370여 대를 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수십대의 F-5를 포함해 30~40년 된 노후 전투기가 100대 안팎에 달한다. 적정 규모를 채우지 못하는 것에 더해 전체 전투기의 20% 이상이 노후 기종이라는 악조건에 놓여 있다.
군용기 전체 사고 가운데 절반이 전투기
전투기 노후화는 군의 전력 저하는 물론이고 조종사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다. 공군이 지난해 10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2년) 공군 군용기 사고는 36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전투기 사고는 전체 사고 건수의 절반인 18건으로 엔진 이상 8건, 조작 미흡 5건, 조류 충돌 4건, 복합 요인 1건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12일 “주로 공군의 노후 기종에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엔진 이상이나 조작 사고가 잦은 만큼 노후 기종을 서둘러 도태시키고 새 전투기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는 청년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모두 입학 경쟁률이 하락 추세이기는 하나 공군사관학교의 감소 폭이 더 두드러진다. 국방부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각군 사관학교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공사 경쟁률은 2020년 48.7대 1에서 2023년 21.4대 1로 급감했다. 지원자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노후 전투기 당분간 더 탈 수밖에"
조종사 유출도 심각하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10년간 50억 원가량의 세금이 들지만 더 많은 연봉을 좇아 민간 항공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평균 조종사 양성 인원(약 150명)의 절반가량인 70~80명이 국내외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예 조종사 인력 풀이 그만큼 좁아지는 셈이다.
'전력 현대화'는 공군의 오랜 염원이지만 현실은 녹록찮다. 전문가들은 조종사들의 새 전력 도입이 늦어지면서 한동안 우리 조종사가 노후 전투기를 더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우 KIDA 책임연구원은 "적정한 전력이 확보돼야 노후 전투기를 도태시킬 수 있는데, KF-21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후화된 위험한 전투기를 우리 조종사들이 더 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각계 연구를 통해 국산 다목적 전투기인 FA-50으로 빨리 대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공군은 FA-50이 아닌 KF-21 전투기 도입을 선택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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