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우원재·이하이·사이먼 도미닉·코드 쿤스트 등 잇따른 이탈
간판급 아티스트 떠난 AOMG, 위기설 타파할 방법은
국내 힙합 R&B 신을 대표하는 소속사로 입지를 굳힌 뒤 비음악인까지 영입하며 종합 엔터사로 몸집을 키웠던 AOMG가 간판 가수들의 잇따른 이탈로 침체기를 맞았다. 변혁의 기로에 선 AOMG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OMG는 지난 2013년 박재범이 설립한 힙합 R&B 레이블이다. 당시 박재범을 필두로 그레이·차차말론 등이 합류했던 AOMG는 설립 1년여 만에 로꼬·사이먼 도미닉·DJ 펌킨· 어글리덕 등 굵직한 힙합 아티스트들을 품으며 사세를 키웠다. 특히 당시 힙합 신에서 주가를 올리던 사이먼 도미닉이 박재범과 함께 공동 CEO로 나서며 AOMG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비슷한 시기 국내 힙합 신의 폭발적인 성장과 부흥을 이끈 엠넷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도 AOMG의 존재감 확대에 힘을 실었다.
여러 상황 속 국내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는 데 성공한 AOMG의 순항은 계속됐다. 2016년 CJ ENM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AOMG는 힙합 R&B 신에서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쌓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연달아 영입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그 사이 원년 멤버인 박재범과 사이먼 도미닉이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DJ 펌킨이 홀로 대표직을 유지하는 등 일련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후에도 이하이 펀치넬로 유겸 미노이 등이 소속사에 합류하는 등 사세는 날로 확장됐다.
앞서 한 차례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을 영입하며 음악 전문 레이블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알렸던 AOMG는 지난해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종합 엔터사로서의 확장 의지도 피력했다.
큰 이변 없이 힙합 R&B 시장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이어갈 것 같던 AOMG에 변화가 본격적으로 포착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2018년부터 약 6년 간 AOMG의 수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던 DJ 펌킨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것이 시작이었다. 공교롭게도 한 달 전인 올해 2월 소속 가수인 미노이가 돌연 눈물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을 계기로 불거진 '광고 펑크 논란'은 이후 AOMG와 미노이의 갈등으로 이어졌던 바, 항간에서는 DJ 펌킨의 사임이 미노이 사태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AOMG 측은 미노이 사태에 앞서 DJ 펌킨이 이미 사임서를 제출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미노이와 AOMG가 관계 회복을 알리며 잡음은 마무리됐지만 AOMG의 소속 가수 변동은 이어졌다. DJ 펌킨의 사임이 공식화된 지 3일만에 그레이 우원재 이하이 구스범스의 전속 계약 종료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달에는 사이먼 도미닉이 회사 측에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고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코드 쿤스트 역시 같은 달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재계약 없이 소속사를 떠났다.
소속사에서 소속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기간 종료 이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새 출발을 알리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AOMG에서 최근 연달아 이탈한 아티스트들이 회사를 대표하는 '간판 가수' 급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사이먼 도미닉은 물론 그레이 우원재 이하이 코드 쿤스트 등은 각자 국내 음악 시장에서 일련의 입지를 구축한 인물들로 AOMG가 국내 힙합 R&B 신을 대표하는 소속사가 되는 데 일조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연달아 회사를 떠나며 AOMG의 입지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게 된 것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물론 여전히 AOMG에는 로꼬 유겸 쿠기 후디 펀치넬로 미노이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남아있고, 기안84와 정찬성 역시 소속돼 있다. 소위 국내 대형 기획사로 손꼽히는 몇몇 엔터사를 제외하면 AOMG 역시 여전히 꽤나 탄탄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갖춘 기획사 중 하나다. 하지만 잔류 중인 아티스트들의 음악 활동이 그리 왕성하지 못하다는 점과 이들 중 상당수가 최근 이탈한 인물들을 뛰어 넘을 만한 대중성이나 인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은 AOMG의 향후 행보에 우려를 모은다. 추후 다른 소속 가수들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위기 속에도 AOMG의 재기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우선 AOMG가 개인이 이끄는 구조로 독립된 레이블이 아닌 CJ ENM을 모회사로 둔 레이블인 만큼 당장의 위기가 곧바로 회사의 존폐를 고민할 만한 사안으로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가장 큰 '기댈 구석'이다. 또 현재 잔류 중인 아티스트들을 기반으로 과거 AOMG가 그랬듯 역량있고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신진 힙합 R&B 아티스트들을 영입해 사세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세 회복을 꾀하기 전 AOMG가 넘어야 할 산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오랜 시간 AOMG에 몸을 담아왔던 아티스트들의 잇따른 이탈에는 재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회사 내의 패착 요인이 있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 지, 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이어가며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AOMG의 다음 스텝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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