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공무원 자율방재단원 등이
마을 안전 불침번·지킴이로 나서
5,200개 마을 4만7,000명 참여
호우경보 등 위험성 높아지면
교대로 순찰·신속한 대피 지원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정착"
우리마을 안전, 우리가 지킨다.
지난해 7월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한 경북 북부지역 극한호우 때 마을별로 체계적인 주민대피시스템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경북도가 도민생명 최우선 원칙을 기반으로 경북형 대피시스템을 마련했는데, 특히 주민으로 구성된 마을순찰대가 주목된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북 문경시 산북면 가좌리 마을대피소 실전대응 주민대피 모의훈련 현장. 계속된 많은 비로 산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산사태 발생 우려가 제기되자 이장과 반장 전담공무원 자율방법대원 등 3인 1조의 마을순찰대 2개조는 즉시 산비탈과 배수로 등을 순찰하며 만일을 대비했다. 경북도와 문경시의 상황판단회의 끝에 12시간 사전대피예보제에 따라 주민대피명령이 발동됐다. 마을방송을 하고, 주민순찰대원들이 메가폰으로 골목골목 다니며 대피를 외쳤다. 혹시나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신속한 대피를 안내했다. 대피를 거부하는 주민은 경찰 등과 설득해 안전하게 대피했다. 대피 10여시간 뒤 마을 뒷산에서 산사태가 났지만 사전 대피 덕분에 1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이날 훈련에선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미리 파악, 대피조력자와 대피에 필요한 차량 등도 사전에 지정해 실전처럼 진행됐다.
경북도는 지난달 26일엔 지난해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난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마을에서, 또 29일 오후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등에서 주민대피 모의훈련을 잇따라 실시했다.
이번 모의훈련을 통해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 주민대피 매뉴얼을 다듬은 뒤 시ᆞ군별로 6월 중순 우기가 시작할 때까지 대피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해 유사시 단 1명의 인명피해도 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대피 과정에 마을순찰대의 역할은 결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국지성 호우가 빈발해지는 상황에서 기상당국이나 행정기관에서 개별 마을 실정을 구체적이고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 극한호우 때 마을침수와 산사태가 잇따를 때 밤잠을 설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잠든 주민들 깨운 덕분에 구사일생한 경우가 많았다. 저지대 9가구가 2.1m높이까지 물에 잠겼지만 모두 무사히 대피한 문경시 호계면 막곡2리가 대표적이다. 정재득(76) 당시 이장은 “이렇다할 대피 경보가 없던 7월15일 오전 2시쯤 ‘물이 집 앞까지 차오른다’는 이웃 주민의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심상치 않아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했다”며 “오전 5시쯤 마을에 가 보니 집이 처마끝까지 잠겼고 제방이 터져 있었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을순찰대는 각 마을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조를 나눠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침수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을 순찰하는 등 ‘불침번’을 서다가 대피명령이 내려지면 신속하게 주민대피를 돕게 된다. 잠든 주민을 깨우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휠체어에 태워 밀거나 업어 미리 파악해 둔 대피로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게 한다.
박성수 경북도 안전행정실장은 “재난문자메시지 등을 보내도 한잠이 든 취약시간대는 못 들을 수도 있는데, 대피명령이 내려지거나 그 이전에도 항상 깨어 있는 마을순찰대원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신속한 대피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도는 도내 5,182개 마을에 모두 4만6,701명의 마을순찰대를 조직했다. 3명 1조로 3일 정도 교대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에게는 시ᆞ군별 자율방재단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는 어떠한 재난 속에서도 도민을 지키고 보호하도록 재난대응체계를 확고히 하겠다”며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정착에 주력할 것임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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