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유럽 순방 첫 목적지 프랑스 도착
"중국과 프랑스는 동·서방 문명 대표국"
두 정상 친분 과시...중국 포위망 '구멍' 시도
유럽 순방(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순방지인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우애'를 과시하고 나섰다. 미국 주도로 짜인 중국 포위망에 '구멍'을 내겠다는 게 시 주석의 이번 유럽행에 담긴 전략으로 지적된다.
시 주석은 5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면으로 '도착 연설문'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중국과 프랑스는 동·서방 문명의 중요한 대표로서 서로를 오랫동안 흡수·흠모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일찍이 중화 문화를 연구했고, 중국 인민 역시 볼테르, 위고, 발자크 등 프랑스 문화 거장들을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화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시 주석이 도착 연설문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통해 프랑스 문화를 한껏 치켜세운 것이다.
'국빈 방문' 형식으로 프랑스를 찾은 시 주석은 6일 마크롱 대통령 및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갖는다. 주로 전기차·태양광 풍력터빈 등 양측 간 통상 마찰과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의제 자체는 민감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측의 전반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려는 서방 진영의 시도와 거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하나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중국을 국빈방문해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만의 독자적 대중외교 노선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일정을 마친 시 주석 부부를 자신의 외할머니 고향인 남부 오트피레네로 초대, 7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자주 찾던 곳이라 그의 제2의 고향으로도 알려진 지역이다. 앞서 지난해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당시 아버지 시중쉰이 당서기 등으로 일했던 광저우에 마크롱 대통령을 초대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외가댁 초청'은 이에 대한 화답 격인 셈이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이번 방중이 중국에 대한 서방의 외교·무역 압박을 이완시킬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6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지정, 유럽을 유혹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 유지에 관한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자의 유럽 순방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유럽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염원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 유력 일간 르피가로 5일 자 기고문에서 "양국 관계가 수립되면서 동서 간 소통의 다리가 건설됐고, 국제 관계가 협력의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었다"면서 "양국 수교의 정신을 계승해 양국 관계의 새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 방문을 마친 뒤 세르비아(7일)와 헝가리(8~10일)를 차례로 방문한다. 세르비아에선 베오그라드 중국대사관을 찾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1999년 5월 7일 코소보 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오폭 공격을 당했던 곳으로 시 주석이 직접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순방지인 헝가리에서는 시 주석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 헝가리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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