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석수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28년 만에 지방의원 수 제3당으로 축소
"브렉시트·코로나19 여파 넘지 못한 탓"
영국 지방선거가 결국 집권 보수당의 참패로 끝났다. 지방의회 의석수가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고, 직선 광역단체장 대부분을 노동당에 내어줬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하반기로 전망되는 총선에서는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직선 단체장 10곳 석권… 런던 시장 3선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2일 선거를 치른 영국 지방의회 107곳 중 106곳이 이날 오전 9시 기준 개표를 마쳤다. 이번 선거는 △지방의회 107곳의 지방의원 2,655명 △11개 직선제 광역단체장 △영국 하원의회 보궐선거 1석 △지역 경찰을 감독하는 경찰범죄국장(PCC) 37명 등을 선출했다. 지방의회 1곳은 이날 중 선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결과는 보수당의 대패였다. 앞서 지방의회 의석 986석을 보유하던 보수당은 473석을 잃고 513석으로 주저앉았다. 노동당은 185석을 추가로 얻어 1,140석을 확보했고, 중도좌파 성향 자유민주당도 521석을 차지했다. 보수당 의석수가 자유민주당보다 적은 것은 1996년 이후 28년 만이다.
직선 단체장도 11곳 중 10곳을 노동당이 가져갔다. 특히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000년 런던 시장 직선제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3선 런던 시장이 됐다. 반면 웨스트미들랜드에서 3선에 도전한 보수당 소속 앤디 스트리트 시장은 노동당 리처드 파커 후보에게 1,500여 표(0.6%포인트) 차이로 자리를 내줬다. 한 석뿐인 블랙풀 사우스 하원 의석도 노동당 후보가 가져갔고, PCC는 보수당이 17석을 확보했다.
"아무도 총선 보수당 승리 기대 안 한다"
이날 선거 결과는 영국 보수당의 장기 집권이 끝나가는 신호로 해석된다. 보수당은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취임한 후 14년째 집권을 이어오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지율이 최대 20%까지 떨어졌다.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및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영국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져들면서다.
리시 수낵 총리 집권 이후 물가 등 일부 지표가 안정세로 돌아섰으나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편 △이주민 단속 등 주요 정책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팀 베일 런던 퀸메리대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수낵 총리는 좀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낵 총리를 대체할 ‘뉴페이스’도, 국면을 전환시킬 법한 주요 의제도 없어서, 보수당 약세는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CNN방송은 “총선이 미뤄질수록 국민들이 정부 정책의 결함을 확인하는 시간만 길어질 것”이라면서 “수낵 총리가 내년 이맘때에도 권력을 잡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짚었다. 영국은 법률상 늦어도 내년 1월 25일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며, 수낵 총리는 올해 가을쯤 선거를 열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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