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LG 전 임직원 무죄 원심 파기
기존에 알려진 정보들을 합친 결과물이라 해도, 그 조합이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입수하기도 힘들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및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LG전자 임직원 5명, 이들이 설립한 회사 법인에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공정흐름도가 비공지성(영업비밀의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 LG전자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경쟁업체를 차리고, 제품 개발을 추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앞서 2015년 LG전자의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프로젝트팀에서 만났다. 이후 이들은 이 제품에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줄줄이 퇴사해 미국에서 새 회사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를 나가기 전, 제품 공정흐름도와 미국 시장조사 결과 등을 몰래 빼돌려 두기도 했다.
쟁점은 '제조 공정이 담긴 흐름도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느냐'였다. 하급심은 "이미 알려져 있는 선행 기술들을 통상적 순서로 구성한 수준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도엔 일정 품질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특수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도 근거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공정흐름도는 영업비밀이 맞다"고 결론을 뒤집었다.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포함돼 있기는 해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전체 구성과 구조까지 해당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해당 공정도는 LG전자가 2014년 9월부터 여러 실험 등을 거쳐 작성한 것으로, 경쟁업체가 이런 정보를 입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원심에는 '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의 비공지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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