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발표에 달러당 157엔→153엔
"연휴 전 엔저에 쐐기 박은 일본 정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동결(5.25~5.5%)을 발표한 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크게 요동쳤다. 이날 엔화 시세는 달러당 157엔대까지 떨어졌다가 갑자기 153엔대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를 막고자 지난달 29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대규모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2시쯤 엔화는 달러당 157엔 후반대에 거래됐다.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 전이었다.
그러나 FOMC 발표 뒤인 오후 4시쯤 엔화 강세가 진행되며 엔화는 달러당 153엔대까지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된 시간대에 대략 5조 엔(약 44조2,900억 원) 규모의 외환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던 지난달 29일에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5조 엔 정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규모다.
"일본 외환당국, 환율 개입 8번 정도 가능"
이 시점에 '기습' 같은 개입이 단행된 것은 마침 골든위크(황금연휴·4월 29일~5월 6일) 기간이라 일본에서 실수요 거래가 줄어들어 개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골든위크 초입이던 지난달 29일에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한때 달러당 160엔까지 급락했다가 갑자기 154달러까지 급상승해 일본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닛케이는 "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강한 공격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번에도 개입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와 시장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시장에 개입해 엔을 매입하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3월 말 기준 일본 정부의 외화준비금(외환보유액)은 약 1조2,900억 달러(약 1,777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상한은 3,000억 달러(약 413조2,500억 원) 전후다. 닛케이는 다다이데 겐타 다이와증권 수석외환전략가의 말을 인용해 "(투입할 수 있는) 상한을 3,000억 달러로 계산하면 5조 엔 규모로 8번 정도 개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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