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첫해 이후 12년 만
반체제 감시·통제 강화 차원
북한이 12년 만에 '전국 분주소장회의'를 열었다. 분주소는 우리나라의 파출소와 같은 개념으로, 사회안전성(경찰) 조직의 말단 간부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분주소는 대외적으로 치안 활동이 주된 임무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반체제 행위 감시와 통제 기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 목적이 체제 유지 강화 차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평양에서 '전국 분주소장회의'를 개최했다고 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열린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기반이 취약한 김 위원장의 영도 체계 확립과 반(反)김정은 세력 색출 독려를 위해 이뤄졌다. 반면 이번 회의는 최근 북한에서 확산하고 있는 한류문화 차단 등을 위한 목적이 크다.
리태섭 북한 사회안전상은 이번 회의에서 "(분주소는) 당 및 정권 기관들과의 연계하에 준법 교양을 강화하여 주민들이 법질서를 자각적으로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법행위들과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여 당의 부흥강국건설 위업을 법적으로 튼튼히 보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법 사회를 만들어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시인 셈이다. 리 사회안전상이 지적한 '온갖 위법행위'들은 새로 만들어진 사회통제 관련 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과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제정해 외부 문화 유입·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선 최근까지도 주민들끼리 모여 드라마 등 한국 영상물을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영상물을 보고 한국 체제를 동경한 북한 주민들이 탈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제작된 북한 보안당국의 문헌학습 영상자료에는 한국 영상물 시청 모임이 자유민주주의체제 정당 형태의 점조직으로 발전된 사례도 담겼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지난해 12월 '인민반' 조직운영법을 제정해 통제 강화에 나섰다. 또 김 위원장은 같은 달 11년 만에 열린 전국 어머니대회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문제 일소 △공산주의적 미덕·미풍이 지배적 풍조가 되게 할 것 등을 어머니들의 주요 역할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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