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 군발두통, 산소 치료가 확실히 효과

입력
2024.05.01 20:13
0 0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 아시아인 대상 효능 입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의료진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군발두통(群發頭痛ㆍcluster headache)의 산소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군발두통은 한쪽 눈 주변이나 측두부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물·콧물·코막힘·결막 출혈 등이 동반되는 두통이다.

군발두통 환자들은 두통을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한 고통’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다.

100%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는 산소 치료로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산소 치료 효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어 전 세계 50% 국가에서만 이 치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와 이상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군발두통 환자의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 효능을 비교해 산소 치료 효능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2021년 11월~ 2022년 11월 군발두통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능을 비교했다.

18명의 환자는 산소 치료를 먼저 받았는데, 산소 치료는 가정용 산소 농축기 2개를 연결해 산소 농도와 유속 문제를 개선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머지 14명의 환자는 약물 치료를 먼저 받았고, 군발두통 치료 약물인 졸미트립탄(성분명)이 투여됐다. 이후 산소 치료 그룹은 2회 산소 치료 후 약물 치료를 받았고 약물 치료 그룹은 2회 약물 치료 후 산소 치료를 받는 크로스오버 연구 설계로 진행됐다. 통증 정도는 각각 치료 시작 15분, 30분, 60분, 120분 후에 평가했다.

치료 기간 중 125회의 통증 발작이 있었으며 63회는 산소 치료를, 62회는 약물 치료를 시행했다. ‘통증이 완화됐다’고 답한 비율은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에서 각각 15분 후 31.7% 대 12.9%, 30분 후 57.1% 대 38.7%, 60분 후 87.3% 대 67.7%, 120분 후 92.1% 대 87.1%로 산소 치료 그룹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컸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한 비율도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에서 각각 15분 후 12.7% 대 8.1%, 30분 후 31.7% 대 14.5%, 60분 후 66.7% 대 43.5%, 120분 후 81% 대 71%로 산소 치료 그룹이 높았다.

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 그룹의 치료 효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치료 30분과 60분 후에 산소 치료 그룹은 약물 치료 그룹보다 더 큰 통증 개선 효과가 있었다.

2개의 가정용 산소발생기(검은색 화살표)를 연결해 산소마스크(붉은색 별)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모습.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제공

2개의 가정용 산소발생기(검은색 화살표)를 연결해 산소마스크(붉은색 별)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모습.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제공

환자 만족도도 산소 치료 그룹이 높았다. 약물 치료의 경우 ‘효과 없다’고 답한 비율이 6.5%였지만 산소 치료 그룹은 모든 환자가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도 약물 치료는 54.9%였던 반면 산소 치료는 83.8%로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치료 후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도 산소 치료 그룹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약물 치료는 4명(28.6%)의 환자가 근육 피로, 메스꺼움, 서맥(徐脈) 등을 호소했다.

조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로 산소 치료가 약물 치료와 비교해 더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군발두통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으며 환자의 높은 만족도와 부작용도 없음을 확인했다”며 “아시아의 군발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비교 실험을 통해 산소 치료 효능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고 했다.

조 교수는 산소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산소 발생기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대여 또는 구매 비용이 부담돼 치료를 주저하는 환자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산소 치료는 약물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심장병이 있거나 임신과 수유 중인 환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약물 과용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많은 환자들이 산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IF. 3.1)’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