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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빼고 전멸' 분위기에 與 원내대표 선거 전격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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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빼고 전멸' 분위기에 與 원내대표 선거 전격 연기

입력
2024.04.30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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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경쟁자들 속속 불출마
배현진에 김태흠 홍준표도 공개 반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5월 3일로 예고한 원내대표 선거를 돌연 9일로 늦췄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대세론'을 두고 "민심에 역행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자 당 지도부가 추가 의견 수렴에 나선 모습이다.

당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후보 등록일은 5월 1일에서 5일로 미뤄지고 선거는 9일 치른다. 선관위는 "지난 29일 당선자 총회에서 후보의 정견 발표와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또한 초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선관위에 같은 (연기) 요청이 다수 있었다"며 "만장일치 의견으로 후보 등록일과 선거 운동 기간을 변경 및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원내대표 선관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철규 의원 호불호 때문에 연기한다는 것은 억측"이라며 "후보들의 정견,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 안 된다는 초선 의원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철규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경쟁자들이 몸을 사리며 속속 출마를 포기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항마로 꼽혔던 김도읍 의원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또 다른 주자인 김성원 의원도 이날 취재진에 "더 훌륭한 분이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자칫 경쟁자 부재로 이 의원 독무대가 펼쳐질 경우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 의원이 단독 출마 의사를 밝혔다면 원래 일정대로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필요하면 악역을 맡겠다"면서도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본격적인 선거운동 대신 관망을 하는 상태다.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지자체장들이 쓴소리

실제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의원의 원내대표 불출마를 공개 요구했다. 이 의원이 당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공천관리위원 등을 지내며 총선에 깊숙이 관여하며 선거 패배 책임의 중심에 서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 의원은 "어쩌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의원께는 이미 제 개인과 여러 당선인들의 의견을 전해드린 바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후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접지 않아 부득이 공개로 의견을 밝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박정훈 국민의힘 송파갑 당선자도 "이 의원이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수도권 의원들 분위기는 부정적"이라며 불출마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비주류 중진의원을 제외하면 '이철규 불가'를 주장하는 다른 목소리는 전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아 당 장악력이 여전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대로 국민의힘 소속 광역지자체장들이 직언을 퍼부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 설이냐”며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숨죽인 의원들을 향해서도 “눈치 보면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비겁한 정치는 이제 그만하자”고 쏘아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패장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 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선거가 미뤄진 만큼 성일종·송석준 등 출마를 고심했던 다른 3선 의원이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성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오늘 밤까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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