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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보기 싫다" 식당서 등짝 맞고 김수현이 "나쁜 놈"이라 부른 '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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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보기 싫다" 식당서 등짝 맞고 김수현이 "나쁜 놈"이라 부른 '이 배우'

입력
2024.05.01 07: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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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더 글로리' 악역으로 빛난 박성훈
"가난과 자격지심이 연기 원동력"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윤은성(박성훈)의 모습. 종방 후 만난 그는 "('더 글로리'의) 전재준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말투도 스타일도 바꿔 연기했다"고 말했다. tvN 제공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윤은성(박성훈)의 모습. 종방 후 만난 그는 "('더 글로리'의) 전재준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말투도 스타일도 바꿔 연기했다"고 말했다. tvN 제공

배우 박성훈(39)은 인터뷰에 앞서 꿀이 담긴 작은 튜브를 기자에게 건넸다. 영화 '열대야' 촬영으로 태국에 갔다가 사 온 것이라고 했다. 튜브엔 '저 원래는 달달한 사람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는 "평소 개그 욕심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와 손은 떨렸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2022)와 최근 종방한 tvN '눈물의 여왕' 속 싸늘하고 막무가내였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윤은성(왼쪽, 박성훈)의 모습. tvN 제공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윤은성(왼쪽, 박성훈)의 모습. tvN 제공


꽁꽁 싸매고 나가도 "어, 전재준이다"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에서 '신스틸러'였다.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윤은성 역을 맡아 주인공 커플인 백현우(김수현)·홍해인(김지원)을 매번 궁지로 몰아넣으며 극에 긴장감을 줬다. 드라마가 화제를 모을수록 그는 점점 '미움'을 받았다. "식당에 갔더니 이모님이 등짝을 때리더라고요. '왜 그래, 그 둘(백현우·홍해인) 좀 놔둬'라면서요. '꼴 보기 싫다' '너만 나오면 짜증 난다'는 소리를 요즘 자주 들어요. 최근 '눈물의 여왕' 종방연에서 300여 명의 스태프와 드라마를 같이 보는 데 (김)수현씨가 TV에서 윤은성이 나오자 '나쁜 놈'이라고 소리치더라고요, 하하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전재준(박성훈)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전재준(박성훈)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박성훈은 본명보다 '전재준'으로 요즘 더 많이 불린다.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의 학교폭력 가해자인 전재준 역을 강렬하게 소화한 덕이다. 뽀얀 얼굴에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그를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에 악역으로 파격 발탁했다. 그는 "KBS 주말드라마인 '하나뿐인 내 편'(2019)에서 고래 역으로 나온 걸 보고 김 작가님이 '저렇게 선해 보이는 친구에게 악역을 맡기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더라"라고 출연 배경을 들려줬다. '더 글로리' 이후 그는 '눈물의 여왕'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에 줄줄이 캐스팅됐다.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와 흔들리지 않는 발성이 그의 무기였다. "욕먹기 싫어서 얼굴을 꽁꽁 싸매고 밖에 나가도 제가 일행한테 말하는 소리만 듣고 사람들이 '어, 전재준이다!'라고 알아"볼 정도로 강렬한 음성이다. 차분함 속 광기 서린 연기의 비결로 그는 "절규하며 무대에서 감정을 끌어올렸던 오랜 경험"을 꼽았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다. '히스토리 보이즈'와 '모범생들', '프라이드'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덜덜 떨며 연기하는 내가 싫었다"

박성훈은 2008년 데뷔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고 공연을 했다. 그는 "소띠라 소처럼 일한다"며 "쉬면 불안해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BH엔테테인먼트 제공

박성훈은 2008년 데뷔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고 공연을 했다. 그는 "소띠라 소처럼 일한다"며 "쉬면 불안해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BH엔테테인먼트 제공

2008년 영화 '쌍화점'에 단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한 박성훈은 햄버거 가게와 백화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무명 시절을 버텼다. '더 글로리'와 영화 '상류사회'(2018) 등에서 부잣집 도련님을 연기했지만, 그는 데뷔 전 7년여 동안 영화 '기생충'(2019)에 나오는 반지하 집 같은 곳에서 살았다. 그는 "내 연기의 동력은 가난과 자격지심이었다"고 말했다. "연기 수업에서 가장 못하는 학생이었어요. 덜덜 떨며 연기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어 스스로를 몰아세웠죠. 생활비 마련이 급급해 쉬지 않고 대학로 무대에 올랐고요. 그러다 이 수입으로는 도저히 부모님 부양을 못 하겠다 싶어 드라마와 영화 쪽 일을 하게 됐죠."

우여곡절을 딛고 배우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올해 6~9월 연극 '빵야'(대학로 예스24아트원)로 다시 무대에 선다. 연이은 악역 연기 후 변화를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초심'을 찾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 막바지 촬영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보여드린 제 모습과는 확실하게 다를 거예요.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할 거 같아 차기작을 신중하게 보고 있고요. 되도록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하려고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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