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상 첫 배상 책임 인정하자
행정수반 총리, 성명 내고 "계획 없다"
원주민 학살, 노예 매매 등 과거 수백 년 동안 브라질에서 저지른 식민 지배 역사 문제를 놓고 포르투갈 정치권이 혼돈을 겪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최초로 배상금 지불 문제를 언급한 지 사흘 만인 27일(현지시간) 이번에는 총리가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서면서다.
로이터통신,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식민지 시대의 배상 문제에 있어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동일한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이 목적(배상)을 위한 특정 절차나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이어 "포르투갈 정부는 이미 수년에 걸쳐 공정성과 공평성을 갖고 역사적 진실을 인식하기 위한 조치와 협력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브라질과) 상호 관계를 강화하고,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며, 형제애의 회복과 화해를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민 지배 관련 기존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앞서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대통령은 지난 2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포르투갈은 식민지 시대 브라질에서 노예와 원주민을 상대로 자행한 일련의 범죄에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노예제와 관련한) 비용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처벌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약탈하고도 반환하지 않은 물품이 있는지, 이를 어떻게 배상할 수 있는지 등을 보겠다"고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발언 직후 집권 중도우파 동맹 민주연합(AD)은 물론 극우 정당 셰가 등 보수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원집정부제를 택하고 있는 포르투갈에서 형식적인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 법률거부권 등을 갖지만 정책집행권은 없다. 행정수반은 의회 다수당 대표인 총리다. G1은 "실질적인 배상 조치가 이뤄지려면 포르투갈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은 1534년부터 1822년까지 약 300년간 브라질을 식민 지배했다. 또 앙골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 국가도 식민 지배했지만 포르투갈 정부는 지금껏 식민지 범죄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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