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심의' 의혹 핵심은 시민단체 '공언련'
정부 비판 보도 민원 제기, 선방위원이 징계
보수정권 공영방송 경영진 출신으로 구성
"언론장악 선봉대...언론 관련 단체 진출 중"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윤석열 정부 비판 보도를 줄징계한 과정에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언련의 민원 제기→공언련 출신 선방위원들이 참여한 심의'를 거쳐 징계가 결정된 사례들이 확인되며 여권의 '셀프 심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방위는 25일 김건희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CBS 라디오 방송을 또다시 중징계했다.
'이해관계 충돌' 우려에도 심의 계속
선방위는 25일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발언을 방송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2월 2일)에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출연자인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4,000만 원 손해라고(손해를 봤다고) 했지만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처가가 영부인 포함해서 23억 원인가 이득을 봤다는 게 드러났다"며 검찰 주장만 근거로 허위 사실을 말해 4·10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선방위원들은 공언련과 손잡은 ‘셀프 심의’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방위가 출범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단체 명의로 제기된 민원은 32건인데, 모두 공언련이 제기했다. 선방위원 9명 중 2명이 공언련 관련 인사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최철호 위원은 공언련 초대 대표였고, 공언련이 추천한 권재홍 위원은 현재 공언련 이사장이다.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지만 심의 참여를 제지받지 않았다. 이들은 MBC 등의 정부 비판 보도에 높은 수위의 징계 의견을 내놨다.
선방위 상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는 지난 2월 두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조사는 초기 단계이지만, 선방위 활동은 다음 달 10일 끝난다.
신생 시민단체의 급속한 성장
공언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설립된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KBS, MBC, YTN 등에서 사장 등 임원을 지낸 언론인 중심으로 구성됐다. 민영화 후 초대 사장인 김백 YTN 사장도 공언련 발기인이자 초대 이사장이었다.
공언련의 존재감은 단기간에 급속히 커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3월 ‘공영방송 가짜뉴스 팩트체크 사업’ 명목으로 공연련에 3,100만 원을 지원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선방위를 구성하며 한국YWCA연합회·여성민우회 등의 시민단체에 줬던 선방위원 추천권을 공언련에 줬다.
방심위원과 선방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선방위원 추천 단체를 정할 때는 단체 활동 내역, 실적, 전문성 등을 평가했는데 이번에 모든 관행이 깨졌다”며 “이런 식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친화적 단체를 급조해 그 단체에 선방위 추천권을 주면 되는 것이어서 방심위와 선방위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언련은 매주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미디어비평지 ‘미디어X’를 창간했다. 공언련 관련 인사들이 KBS 이사회나 미디어 관련 공공기관에 대거 진출해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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