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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전도연·박해수…환하게 개화할 '벚꽃동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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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전도연·박해수…환하게 개화할 '벚꽃동산' [종합]

입력
2024.04.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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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
전도연의 27년 만 연극 복귀
사이먼 스톤 연출가의 'K-사랑'
박해수, 끝없는 연기 도전기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뉴시스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뉴시스

'벚꽃동산'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여기에는 무대에 대한 두려움, 정제되지 않은 연기를 관객 앞에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럼에도 그가 연극 복귀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LG시그니쳐 홀에서는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와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 무대 디자이너 사울킴, LG아트센터장이자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이현정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극중 송도영에게는 가족들이 오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2024년 지금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각색됐고 각 캐릭터들은 한국적으로 재해석됐다. 여기에는 사이먼 스톤이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선보였던 '각색'의 능력이 톡톡히 발휘됐다.

이현정 센터장은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국내 창작진과 해외 크리에이터 협업을 하고 싶었다. 이 작업 과정에서 한국 문화와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높고 열린 사고를 가진 연출가를 만나고 싶었다. 이때 영화와 연극, 오페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을 추천 받았다.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들었다"라고 배경을 짚었다. 이러한 논의는 코로나19 시대부터 논의가 시작돼 3년간 화상 미팅 등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연극 '벚꽃동산' 연출 사이먼 스톤과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뉴시스

연극 '벚꽃동산' 연출 사이먼 스톤과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뉴시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실제로 200여 편의 한국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한국 문화의 팬이라는 후문이다. 2022년부터 '벚꽃동산'을 기획하면서 지금의 라인업이 구축됐다. 여기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이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도맡았다. 또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 '도둑들' 곡성' '부산행'의 음악 감독 장영규가 맡아 한국만의 '벚꽃동산'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날 사이먼 스톤은 "20년째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팬이다. 체호프 작가의 작품은 연극의 문법을 바꿔놓았다. 이 작품 안에는 과거와 전통, 혁신 등이 담겼고 급변하는 사회를 담기에 배경으로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이먼 스톤은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이먼 스톤은 "전 세계의 배우들과는 다른 독특한 위상이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국 배우들은 그런 상황을 잘 다루는 재능이 있다. 제가 오랫동안 봤던, 동경했던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 제가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언급했다.

전도연 박해수를 비롯해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10명의 배우들이 30회 공연 기간 내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지금의 라인업이 만들어진 이유를 묻자 사이먼 스톤은 "여자 주인공은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보여야 했다. 전도연의 전작들을 봤을 때 나쁜 역할을 해도, 선한 역할을 해도 매력적이었고 이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또 인간적인 면모로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는 배우로 전도연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역 박해수에 대해선 "전 세계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다. 강렬하면서도 연약함이 있다. 빠르게 스위치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로파힌은 작품 말미 강렬한 인물로 부상한다. 그걸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박해수였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왼쪽)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과 박해수를 극찬하고 있다. 뉴스1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왼쪽)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과 박해수를 극찬하고 있다. 뉴스1

'벚꽃동산'은 칸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전도연의 27년 만 연극 복귀작이다. 전도연은 오랜만에 연극으로 돌아오게 된 소회에 대해 "도전이라면 도전이다. 저는 오랫동안 배우를 하면서 저로서는 해온 작품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연극이긴 하지만 제가 하지 않은 작업 과정의 일환"이라면서 작품관을 드러냈다. 이어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연극에서는 정제되지 않음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러한 전도연의 우려, 두려움 등은 사이먼 스톤과의 교감으로 사라졌다. 그간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부담감으로 남았다. 이를 두고 전도연은 "그간 온전히 나를 관객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던 중 사이먼 스톤의 전작을 보게 됐다. 그때 피가 끓었다. 연출 과정을 생각할 겨를 없이 배우로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운명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듣고 싶은 평가도 있을까. 전도연은 "듣고 싶었던 평가가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분명히 실수도 할 것이지만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저의 온전한 연기, 역량으로 관객들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가 더 중요하다. 분명히 실수하겠지만 예쁘게 봐달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오른쪽)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뉴스1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오른쪽)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뉴스1

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수리남'으로 글로벌 스타에 등극한 박해수가 연극 '파우스트'에 이어 '벚꽃동산'으로 무대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공연을 하면서 도전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하려고 한다. 특히 '벚꽃동산'의 로파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이먼 스톤 연출가의 연습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또 전도연 선배님과 한 번도 작업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사이먼 스톤의 첫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당시 사이먼 스톤은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 제정신 아니네, 산낙지를 먹네'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영화는 할리우드 70년대 작품들과 같다. 예술과 상업이 잘 어우러져 있다. 영화의 이상한 부분을 배우들이 채우기도 한다"라면서 "외부인의 시선에서 한국이 이룬 위상은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그 모습 안에 일부가 되고 싶었다"라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이먼 스톤은 배우들에게 원 캐스트이지만 매회 다른 모습을 보이길 원했고 배우들은 쉽지 않은 과제임에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는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매일 똑같은 스크린으로 보이는 영화와 드라마가 아닌 연극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한편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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