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TC, 12조 원 규모 합병에 제동
"가격 경쟁 사라져 소비자에 피해"
'빅테크 저격수' 칸 위원장 칼 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12조 원 규모의 미국 패션 기업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패션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가 마이클 코어스 등을 보유한 카프리 홀딩스를 인수하려고 하자 "제품 가격만 오를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취임 후 빅테크 기업들을 집중 겨냥해 온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이번엔 '패션 공룡' 저지에 나서며 다시 한번 '반독점'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다.
"회사 합병, 경쟁 막아" 판단
22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FTC는 태피스트리가 카프리 홀딩스를 85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 헨리 리우 FTC 경쟁 국장은 "이 거래는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의 핸드백을 구입할 수 있는 경쟁을 빼앗고, 시간제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과 유리한 근무 여건의 혜택을 볼 수 없게 한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의 합병이 가격 경쟁은 물론 기업 간 인력 경쟁까지 막아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패션 기업을 겨냥한 이번 소송은 미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패션 부문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독점금지법 집행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태피스트리는 지난해 8월 마이클 코어스, 베르사체, 지미 추 등을 거느리며 대중적 명품 전략으로 성장한 카프리 홀딩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각종 브랜드를 사들이며 몸집을 키워 온 유럽의 명품 제국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맞서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빅테크 저격수 칸... 결과는 초라
거대 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이끌어 온 칸 위원장이 이번에 패션 기업으로도 규제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6월 당시 32세 나이로 FTC 역대 최연소 수장이 된 칸 위원장은 취임 후 3년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칼을 휘둘러 왔다. 그가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영국 가디언은 "빅테크 독점에 제동을 걸어 온 바이든 행정부를 대표하는 전사"라고 평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몸집이 거대해진 공룡 기업들의 독점 문제에 비판적이었다. 2017년 예일대 로스쿨 박사 논문도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었다.
하지만 자국 기업을 겨냥해 무리한 규제에 나선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FTC는 2022년 말 MS의 비디오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그해 7월엔 메타의 가상현실(VR)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 제작사 위드인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두 소송 모두 FTC가 패배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태피스트리는 "FTC가 시장과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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