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해 문화제, 행진, 노숙시위까지
"장애인 권리 무관심" 정치권 질타
“더 이상의 조문은 없길,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갈 세상이 오길….”
1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마이크를 쥔 연사가 입을 떼자 전광판 속 수어 통역사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수천 명의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활동가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두고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올해 장애인의 날엔 관련 단체들이 함께 1박 2일간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열고 4㎞ 정도를 행진했다. 전국에서 2,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뜻을 같이 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발달장애인법 개정을 촉구했다.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발달장애인도) 함께 일할 수 있고, 그 노동을 통해 사회의 일부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치러진 22대 총선을 겨냥해 여전히 장애인 권리 보장에 무관심한 정치권을 성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최서연 공동대표는 “(현 정부와 여당의) 장애인 정책 예산과 지원은 구체적이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법 개정과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관련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3명의 장애인 비례대표를 향해 “부디 구색 맞추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결의대회 후 장애인들은 홀로, 혹은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비장애인 활동가들의 부축을 받으며 느리지만 힘차게 도심 행진을 했다. 하연주(51) 밀양장애인평생학교 교장은 “우리도 차별받지 않고 이동하고, 배우고, 일할 권리가 있다. 그 점을 몸소 보여드리고 싶어 학생 5명과 함께 대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온 발달장애인 박상호(52)씨도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서울시 공공일자리에서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 4명은 삭발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9시까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진행한 후 개찰구 앞에서 노숙집회를 했다. 20일 오전 8시부터는 서울시청역 승강장에 누워 장애인권리 입법을 촉구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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