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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사회의 플랜B..."후퇴가 답이다"

입력
2024.04.19 15: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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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 외 '한 걸음 뒤의 세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바로, 후퇴하라!"

일본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우치다 타츠루가 다시 일본 사회를 향해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신간 '한 걸음 뒤의 세상'은 그가 화두로 던진 '후퇴하자!'는 외침에 일본 지식인 16명이 전문가의 관점으로 답한 글을 엮은 앤솔러지(anthology·선집) 기획이다.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이라는 부제 그대로, 일본 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시스템 변화를 꾀하는 다양한 '후퇴론'이 소개됐다.

저자들은 일본의 국력이 쇠퇴하고 보유한 국가 자원이 감소하는 지금을 후퇴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후퇴란 전진의 반대말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응하기 위해 '멈춘다'는 의미에 가깝다. 일종의 '비상 정지 버튼'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진단과 쓴소리가 한국 상황에도 딱 들어맞는다는 것. 일본 정치의 수준도 참담하지만 부패하고 타락한 세력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도 우려스럽다는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의 지적이나 일본 쇠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관료 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꼽은 법 학자 나카타 고의 비판은 배경을 한국으로 바꿔도 위화감이 없다.

도시 집중, 자본주의, 지구 환경 위기,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 치열하게 치러야 하는 다양한 주제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 전문가의 냉철한 후퇴론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을 지키기 위한 미래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의 단초가 잡히는 듯하다. 쇠락 일로의 상황에서 긴급하게 후퇴를 제창한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탈성장'과 포스트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로컬리즘'이다. 후퇴는 철수나 도망이 아니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명 같은 전진"이다.

한 걸음 뒤의 세상·우치다 타츠루 외 지음·박우현 옮김·이숲 발행·272쪽·1만8,000원

한 걸음 뒤의 세상·우치다 타츠루 외 지음·박우현 옮김·이숲 발행·272쪽·1만8,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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