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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분쟁을 넘어 공존의 세상으로

입력
2024.04.18 04:30
수정
2024.04.19 09: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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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식에서 르완다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7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식에서 르완다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의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인간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3억 명에 이른다.

인류는 수많은 분쟁과 종족 살인 등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흔적을 남겨왔다. 유대인 학살부터 캄보디아 킬링필드, 그리고 르완다 제노사이드까지 서로를 잔인하게 살육했고, 수백만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이 중단되고, 인류가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은 순간마다 우리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시간을 인류애로 이겨내며 전진해 왔다. 고통당하는 이웃의 손을 기꺼이 잡았으며, 인간의 잔혹함에 맞서 더불어 사는 성숙한 지구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협력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는 100일 동안 50만 명의 종족 학살이 일어난 사건으로, 르완다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남겼다. 1999년 르완다는 국민통합화해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화해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협력과 지지를 보내며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우리도 동족끼리 총을 겨눈 결과, 가족을 잃고 폐허 속에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아픈 역사가 있다. 당시에도 국제사회는 인류애로 손을 내밀어 회복과 새로운 삶의 재건을 지원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1991년 한국에서 시작된 굿네이버스는 인류애를 기반으로 40개국에서 인도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1994년 굿네이버스는 르완다에서 첫 긴급구호를 진행했다.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취약계층인 아동과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며 지역사회 자립을 돕고 있다. 지역주민 16만 명의 자발적 참여에 3만여 명의 후원자와 국제기구, 한국 정부의 도움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잔혹함이 아무리 인류를 위협해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 내면에 깊이 흐르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곧 인류애가 우리를 강하게 하고 우리를 행동하게 하며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르완다 제노사이드 30년을 기억하며, 행동하는 인류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오늘 하루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내 이웃을 돌아보고, 나의 작은 것 하나를 나누는 일이 곧 내가 살아가는 지구촌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소중한 일임도 기억했으면 한다.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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