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에게해, 국립공원으로 지정
튀르키예 "환경 빌미 정치적 행동" 반발
환경단체는 "고강도 환경 규제 환영"
그리스의 해양환경 규제가 튀르키예의 격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리스가 에게해 일대를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강도 높은 환경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히자, 오랜 기간 이 지역 영유권을 주장해 온 튀르키예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아테네에서 진행된 국제해양회의 '제9차 아워오션콘퍼런스'에서 에게해 및 이오니아해 일대를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함으로써 그리스의 해양보호구역 면적이 80% 증가하고 영해 약 28.6%가 감시망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그리스는 2030년부터 모든 해양보호구역에서 '저인망 어업'을 금지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해역에 서식하는 향유고래, 지중해몽크바다표범 등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중 플라스틱 오염도 2019년의 절반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가디언은 "저인망 어업은 그물로 해저를 긁어 생태계 유지에 막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파괴적인 어업 방식"이라며 "그리스는 모든 해양보호구역에서 이를 전면 금지하는 유럽 최초 국가가 됐다"고 짚었다.
최근 관계 개선했는데…
그러나 이날 발표는 즉각 튀르키예의 반발을 불렀다. 에게해 영유권 문제는 양국 갈등의 화약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1923년 로잔조약에 따라 에게해 영유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튀르키예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탓에 양국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무력 충돌을 불사하며 격한 대립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2월 튀르키예 강진을 계기로 해빙 무드에 들어서던 참이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최근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환경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제3자에게 그리스의 정치적 움직임을 위한 도구가 되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항의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그리스의 발표를 환영했다. 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세아나의 니콜라스 푸르니에 해양 캠페인 국장은 "저인망 어업 금지는 매우 반길 만한 일"이라며 "다른 유럽 국가도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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