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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잔인한 달' 4월엔 외국 시인의 시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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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잔인한 달' 4월엔 외국 시인의 시 읽어볼까

입력
2024.04.16 11: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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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독일 등 시인 번역시집 나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 국내 첫 완역본 표지(왼쪽 사진)와 엘라 윌러 윌콕스의 ‘고독의 리듬’. 읻다·아티초크 제공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 국내 첫 완역본 표지(왼쪽 사진)와 엘라 윌러 윌콕스의 ‘고독의 리듬’. 읻다·아티초크 제공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엘라 윌러 윌콕스, 캐럴 앤 더피, 프리드리히 횔덜린… 영국 시인 T.S 엘리엇이 말한 '잔인한 달 4월'에 한국 서점가를 찾아온 외국 시인들의 이름이다. "다른 사람들이 눈물짓게 되는 시구들을 정성 들여 만든" (캐럴 앤 더피의 시 ‘오든을 위한 알파벳’) 시인들의 시는, "어둠 속에서도 붙잡을 것을 가질 수 있도록,/망각과 신성한 도취를 허락하리니."(프리드리히 횔덜린의 ‘빵과 포도주’)

미국 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1883~1963)의 ‘패터슨’은 한국에 이미 나왔으나 사실은 나오지 않은 시집이다. 이 시집은 짐 자무시 감독이 2017년 내놓은 동명 영화로 한국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21년 ‘패터슨’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한국에 소개됐지만, 원작의 일부만 담겨 아쉬움을 샀다. 이번에 읻다 출판사에서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출간된 시집이 1946년부터 1958년에 걸쳐 총 다섯 권으로 나온 ‘패터슨’의 한국 첫 완역본이다.

폭포가 있는 미국 공업도시 패터슨에서 태어나 의대 졸업 후 고향에서 소아과와 산부인과 의사로 수많은 환자를 만났고 또 처방전 용지에 시를 쓰곤 했던 시인의 작품은 “읽는 내내 패터슨의 살아 있는 역사와 그곳 주민들의 우글거리는 목소리”(황유원 시인)를 귀에 울리게 한다.

엘라 윌러 윌콕스(1850~1919)는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미국의 시인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아마 그의 시를 어렵지 않게 읊을 수 있을 것이다.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는다/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는 단 두 문장으로 한국인을 사로잡은 시, ‘고독’을 썼다. 이를 포함한 윌콕스의 시 50여 편이 실린 시집 ‘고독의 리듬’은 대중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시인의 명성처럼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그 어떤 시보다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 살아남았다.

영국 시인 캐럴 앤 더피의 ‘서 있는 여성의 누드/황홀’(왼쪽 사진)과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생의 절반’. 문학과지성사·읻다 제공

영국 시인 캐럴 앤 더피의 ‘서 있는 여성의 누드/황홀’(왼쪽 사진)과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생의 절반’. 문학과지성사·읻다 제공

캐럴 앤 더피(1955~)는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인, 성소수자 시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계관시인이라는 '마이너리티 3관왕'의 기록을 가졌다. 문학과지성사의 ‘서 있는 여성의 누드/황홀’은 더피의 첫 시집과 2005년 시집 ‘황홀’을 묶었다. 평론가들로부터 ‘압축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은 일상의 차별이나 혐오, 폭력, 착취 등을 선명하게 표상해 낸다.

마지막은 김지하 시인이 ‘횔덜린을 읽으며/운다’(‘횔덜린’)라고 말했던 바로 그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의 시집이다. 그의 시집 ‘생의 절반’은 실제로 생의 절반을 정신 착란에 시달렸던 시인이 집필한 미완성의 시까지 담아냈다. 6평 남짓한 작은 탑에 갇혀 죽을 때까지 36년을 지내면서도 수많은 시를 남긴 그가 감내한 “신과 인간의 언어적 연결자인 시인”(번역가 박술)의 운명을 읽어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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