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신설선 시범운영 안드로이드만, 아이폰 제외
기후동행카드처럼 뚜렷한 요금 할인 유인책 없어
국내 기술 미흡도 우려, "도입 이후 혼란 올 수도"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1~8호선에 내년 도입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비접촉 결제(태그리스)’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이폰 사용자는 갤럭시 사용자와 달리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는 태그리스 이용이 불가능해서다. 태그리스는 게이트에서 교통카드를 찍지 않아도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으로 혼잡 시간대 승객이 몰릴 경우 긴 대기 줄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경기 광역버스 태그리스, 아이폰 사용자 30%
15일 공사에 따르면 현재 우이신설선 등 일부 구간에서 시범운영 중인 태그리스는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애플의 iOS 운영체제는 아이폰의 인터페이스 정보(API)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탓에 시범운영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강석길 공사 전자처 팀장은 “아이폰 적용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앞으로 논의를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사에 앞서 2021년부터 태그리스를 광역버스에 적용한 경기도 역시 비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경기 광역버스 태그리스를 쓰려면 결제 칩이 내장된 스티커 카드(1만2,000원)를 따로 구입해 휴대폰에 부착해야 한다. 경기도 태그리스 전체 사용자 중 아이폰 이용자 비율이 30%로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사 역시 아이폰 사용자에겐 경기도 스티커 카드와 비슷한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조사한 연령대별 아이폰 사용자 비율에서 20대가 65%, 30대 41%를 차지할 정도로 2030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도가 높기에 태그리스가 자칫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게이트 통과 시간 0.23초 빨라질 뿐
태그리스의 경우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아이폰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뚜렷하지 않다.
6만2,000원에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올 1월 23일 도입 후 지난달 31일까지 총 94만5,532장이 팔렸는데 실물 플라스틱 카드(49만6,606장) 비중이 휴대폰 전자카드(44만8,926장)보다 높았다. 실물카드는 경기도 태그리스의 스티커 카드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앱 결제를 못하는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상품이다. 3,000원을 주고 실물카드를 따로 사야 하는 불편함에도 할인 혜택이라는 장점이 분명해 아이폰 사용자에게 인기를 끈 것이다. 더구나 2월 26일부터는 청년(19∼34세)의 경우 7,000원이 더 할인되는 추가 혜택까지 주어졌다. 반면 이경숙 서울시의회 의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 태그리스가 도입될 경우 효과는 요금 게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이 1명당 0.23초 줄어드는 정도다. 1분당 통과하는 승객이 기존 단말기 태그 방식 42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나는 셈. 이 의원은 “인파가 몰리는 아주 혼잡한 전철역 외에는 태그리스 장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국내 태그리스 기술 수준, 평균 70점대
국내 기술력이 아직 미흡한 것도 태그리스 보급에 걸림돌로 거론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올해 2월 국내 태그리스의 기술 수준을 진단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기술 보유국(100점) 대비 △정밀 인식기술(74점) △현장장치 위ㆍ변조 태그 방지기술(73점) 등 평균 70점대였다. 정밀 인식기술은 블루투스를 통해 휴대폰을 원격으로 찾아내 결제하는 데 필요하고, 현장장치 위ㆍ변조 태그 방지기술은 해킹을 통한 결제를 막는 데 관여한다. 핵심 기술이 완성 단계가 아닌 것이다. 실제 우이신설선 등에서 시범운영 중인 태그리스의 결제 인식률은 95% 안팎으로 전해졌다. 100번 중 5번은 제대로 결제가 안 된다는 의미다. 유소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교통물류체계연구실장은 “인식 정밀도를 높이지 않으면 사후결제 등 이용자 불편사항이 생기고 해킹에 따른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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