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 2호기 가보니
1.4GW급 신한울 2호기 5일부터 상업운전
신태백변전소 거쳐 수도권 지역 전력 공급
"3, 4호기 건설로 원전 생태계 복원에 최선"
11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전본부에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원전 인근을 둘러싼 민둥산이었다. 2022년 3월 이 지역을 덮쳤던 대규모 산불에 탄 나무들은 깎여 나간 채 산등성이들이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당시 원전 부지 인근과 송전선로 부근까지 불이 번져 송전망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한울 1∼5호기 출력을 50%까지 낮췄다"며 "각종 위험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진 신형 원전이라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일 신한울 2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울원전본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원전 가동 지역을 맡고 있다. 현재 정비 중인 신한울 1호기와 신한울 2호기에는 2009년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노형이 적용됐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해 발전시킨 원전으로 기존 발전 용량을 1,000메가와트(㎿)에서 1,400㎿로 키우고 설계 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신형 경수로' 모델이다.
신형 원전본부인 만큼 안전성도 강화했다. 원자로를 보호하는 돔 형태의 격납 건물 높이는 아파트 약 27층 높이(76.66m)로 일반 아파트 외벽 두께(20~30cm)의 여섯 배 이상인 122cm다. 내진 성능 또한 기존 0.2g에서 0.3g으로 늘렸다.
국내 28번째 원전 '신한울 2호기'는 100% 가동 중
원전의 출력을 제어해 인간의 두뇌 같은 역할을 하는 주 제어실(MCR)에선 직원 11명이 3교대로 발전소 상태를 실시간 챙긴다. 이날 대형정보표시반의 수치는 1,498MW로, 100% 출력을 뽐내고 있었다. 이순범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원전 제어반이 디지털화 시스템에 따라 원전 출력을 제어하며 고장을 대비해 안전 정지에 꼭 필요한 아날로그 제어 기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터빈룸(전기 생산 최종단계인 발전기, 터빈기가 있는 장소)에선 옆 사람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소음과 함께 발전기들이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었다. 실외 평균 기온이 20도 남짓인 이날 터빈룸 내부 온도는 32도였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 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이 증기를 만들면 이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날개(터빈)를 돌리며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24킬로볼트(㎸) 전압의 전기는 765㎸까지 높인 뒤 옥외 개폐소를 통해 신태백변전소로 보내진 뒤 전력 수요량이 많은 수도권에 공급된다. 신한울2호기의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1만56기가와트시(GWh)로 2022년 기준 서울 전력소요량의 약 21%(4만8,789GWh)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울 3, 4호기는 원전산업 재도약 위한 출발점"
한수원은 울진군 북면 덕천리와 고목리 일대에 신한울 3, 4호기 추가 건설에 들어갔다. 신한울 3, 4호기 부지는 한울원자력본부 전체 면적인 359만5,959㎡의 약 30%인 136만1,2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전체 건설 공사비는 11조7,000억 원이다.
이날 공사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3, 4호기 부지에는 '3호기'와 '4호기'라고 쓰인 빨간색과 파란색 깃발이 약 154m 떨어진 거리에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서용관 신한울제2건설소장은 "신한울 원전 3, 4호기가 준공되면 한울원전본부는 전체 발전 용량 11.5기가와트(GW)에 달하는 최대 원전 단지가 된다"고 말했다.
신한울 원전 3, 4호기는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 그 건설 재개 소식은 울진군 주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됐다. 8년으로 예상되는 건설 기간 동안 약 72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운영 기간 60년 동안 2조 원 규모의 법정 지원금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 소장은 "우리나라 국가 산업의 성장 속도에 비춰 봤을 때 현재보다 더 많은 전력 설비가 필요하리라 예상된다"며 "신한울 3, 4호기는 에너지 안보와 급전 측면에서 국가와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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