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토의서 상반된 입장
러 “패널 활동, 서구 편향됐다”
지난달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핵심 수단이 없어지게 유도한 러시아를 향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치부를 감추려는 의도였다”고 일갈했다. 반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공개 토의에 참석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 찬성을 거부한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다. 일단 그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우리는 중요한 정보 채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침략전에 쓸 무기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불법 조달했다고 보고할 패널에 재갈을 물리는 데 거부권이 사용되면서 안보리 권위도 훼손됐다”고 꼬집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감시탑 역할을 하는 패널 탓에 자국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제재 일몰조항 신설 요구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전문가 패널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편향된 정보를 재활용하고 저품질 위성사진을 쓰는 등 전문가 패널 활동이 갈수록 서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러시아는 안보리가 재연장을 결의하지 않으면 2025년 대북 제재 조치 효력이 종료되도록 하는 일몰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벤자 대사는 “패널 임기를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최대한 빨리 제출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게 한국 측 판단이다. 일몰 조항 도입이 전제인 제안을 3개 상임 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과 10개 비상임 이사국(E10)이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러시아에 매우 고맙게 생각"
러시아·중국의 비협조로 가뜩이나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 터에 감시마저 느슨해진다면 북한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김 대사는 이날 총회 발언을 통해 “불법적인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준 러시아에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안보리 제재 결의는 북한의 주권과 발전 및 생존권을 짓밟으려는 미국의 악랄한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엔총회는 지난달 28일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 찬성을 러시아가 거부하는 바람에 열리게 됐다. 안보리 결의안이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탓에 부결될 경우 유엔은 업무일 10일 이내에 공식 회의를 소집해 토의해야 한다. 안보리는 2009년 이후 14년간 매년 결의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다. 이번 임기 연장 불발로 패널 활동은 이달 말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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