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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금지'로 정권 바뀐 폴란드, 합법화 시도… 새 연정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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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금지'로 정권 바뀐 폴란드, 합법화 시도… 새 연정 시험대

입력
2024.04.13 10:30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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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권 교체 부른 임신중지 논쟁
새 연정, 임신중지 합법화 법 개정 나서
보수야당·대통령 '거부권'… 걸림돌 상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2020년 10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완전 삭제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2020년 10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완전 삭제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임신중지는 죄'라고 여기는 가톨릭 국가 폴란드가 '임신중단 합법화'를 향한 닻을 올렸다. 극우 성향 법과정의당(PiS)이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려다 지난해 실각한 후 들어선 새 연립정부가 법 개정 작업에 나서면서다. PiS가 여전히 정치적으로 건재한 가운데 3개 정당(시민연합·좌파당·제3의길)으로 꾸려진 연정이 험난한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회, '12주까지 임신중지 합법화' 개정안 심의

11일(현지시간) AP통신·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 의회는 이날 임신중지 관련 개정안을 심의한 후 12일 특별위원회 회부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논의 중인 개정안은 총 4개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이끄는 시민연합이 제출한 안 등 2개 법안은 임신 12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한다. 이는 투스크 총리가 임신중지 합법화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정권을 거머쥔 만큼 예정된 수순이었다.

좌파당은 시민연합의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임신중지를 돕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중도우파 제3의길은 현재 불법인 '기형아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2016년 10월 당시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성폭행에 의한 임신도 예외 없이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자 수많은 여성들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검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PiS의 입법 시도는 거센 반대 여론에 결국 좌절됐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2016년 10월 당시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성폭행에 의한 임신도 예외 없이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자 수많은 여성들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검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PiS의 입법 시도는 거센 반대 여론에 결국 좌절됐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이번 법 개정을 둘러싸고 폴란드 안팎에선 "연정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부터 집권했던 PiS를 무너뜨린 것은 임신중지 금지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발 여론이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여성가족계획연합은 지난 10일 "여성들이 이 정부를 선출했으며 우리 요구는 분명하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접근 가능한 임신중지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임신중지 찬성' 여론, 정권 교체 이뤄내

PiS는 집권 기간 가톨릭계와 손잡고 사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절정은 2020년 헌법재판소 판결이었다. 치명적 기형을 가진 태아의 경우 예외적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했던 법률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엄격하게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폴란드에서는 당시 △성폭력 △근친상간 △기형아의 경우에만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기형아 중절은 합법적 임신중단의 98%(2019년 기준)를 차지했기에, 사실상 임신중지 전면 금지나 다름없었다. 이후 임신중지를 지원하는 단체나 활동가가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이 잇따랐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태아를 우선시한 의사 때문에 지난해에만 최소 6명의 산모가 생명을 잃기도 했다.


폴란드 정부가 임신중지 금지법 강화에 나서자 2021년 1월 29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항의에 나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바르샤바=EPA 연합뉴스

폴란드 정부가 임신중지 금지법 강화에 나서자 2021년 1월 29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항의에 나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바르샤바=EPA 연합뉴스

반(反)정부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 CNN방송은 "PiS의 임신중지 금지 정책에 분노한 폴란드 여성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투스크 총리의 근소한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그에게 공약을 이행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짚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최근 조사 결과 폴란드 국민의 62%는 최대 12주까지 임신중지를 지지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정치적 걸림돌 상존… 긴 싸움 될까

그럼에도 임신중지 합법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개혁을 방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직책에 있는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PiS 측으로 분류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몬 홀로니아 국회의장도 임신중지 합법화에 대한 의회 내 논의를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NN은 "내년 5월 폴란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투스크 총리는 긴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과감한 개혁을 기대하는 지지층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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