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패션 플랫폼 실적 '웃음꽃'
뷰티·식품 판매 확장·사업 다각화 주효
'고가 추구' 패션 대기업은 불황 '직격탄'
기존 흐름대로라면 해외 여행과 의류 매출이 같이 늘어야 하는데 말이죠.
패션업계 관계자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중에도 의류 매출은 줄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보통 여행을 앞두고 의류 구매 욕구가 커지면서 두 분야의 매출이 함께 성장하곤 했는데 경기 침체가 길어진 요즘은 여행을 많이 가더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옷 사는 걸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패션 대기업이 고전하는 사이, 웃음꽃이 핀 업체들이 있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만년 적자 신세였던 패션 플랫폼들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패션 이외의 분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블리 첫 연간 흑자…무신사는 '1조 클럽' 가입 목전
14일 각 사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2022년 744억 원의 영업 손실을 극복하고 2023년 영업이익 33억 원을 기록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2,5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1,650억 원,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320억 원 감소한 198억 원을 찍었다. 업계 1위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9,931억 원으로 전년보다 40.2% 증가했다. 다만 임직원에 지급된 일회성 주식보상 비용 413억 원이 반영되면서 86억 원 영업손실을 봤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등은 1020세대를 상대로 가성비를 추구하면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다. 초반에는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적자를 내서라도 고객을 모으고 거래액을 늘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시장의 거품이 빠진 지금은 내실 있는 성장이 시급해졌다.
이에 패션 플랫폼은 판매 영역을 뷰티, 라이프, 식품 등으로 확장하면서 추가 수익을 끌어내고 있다. 지그재그는 올 1분기(1~3월) 패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사이 뷰티(110%), 라이프(65%)가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패션을 좋아하는 고객은 화장품, 집 인테리어, 이너뷰티(먹는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다"며 "옷을 살 때 이와 어울리는 화장품을 화면에 노출하는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더 많은 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무신사는 사업 다각화로 매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자체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한 해 2,000억 원대 매출을 올린다. 의류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만든 브랜드를 시장에 뿌리내리게 하고 오프라인 및 해외 시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패션 대기업은 '침울'…해외진출로 수익성 반등 노린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제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등 패션 대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불황에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 탓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 패션 대기업들은 대부분 프리미엄 상품에 집중해 왔다"며 "그 자리를 패션 플랫폼의 중저가 상품들이 채우면서 타격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뷰티, 향수 유통을 강화(신세계인터내셔날)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섬)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삐를 죈다.
증권가에서는 패션 대기업의 침체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오면서 소비 심리가 차츰 되살아날 것이란 관측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보통 옷을 사려는 심리가 위축되더라도 2년 이상 이어진 적은 많지 않다"며 "올 하반기에는 의류 구매 사이클이 다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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