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군사동맹 약속한 미일 정상
“미국 돕겠다” 맹세에 ‘선물 보따리’
필리핀과 ‘민주주의 해양국가’ 연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워싱턴 백악관 국빈 만찬 자리에서 건배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일본이 자국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환영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에 포함된 문장이다. 성명은 제2차 세계대전 전쟁 책임을 지고 무장을 자제하던 일본이 재무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로 가득했다. 미국이 줄 수 있는 선물들이 망라된 것이다.
양자·다자·방산 안보 협력 망라
양국 파트너십의 본질은 군사 동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시다 총리와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휘·통제 구조를 현대화하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군의 계획성과 상호운용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1960년 미일) 동맹 구축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정보·감시·정찰 협력 심화나 극초음속 위협 대응을 위한 활공단계요격기(GPI) 개발 추진 같은 공조 방안이 성명에 담겼다. 또 미국·일본·호주 3국 공동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나 미국·일본·영국 3국 간의 정례 군사 훈련 등도 미국이 주선했다.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일본과 함께 개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됐다.
보호만 받지 마라… ‘동맹 현대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미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을 움직인 것은 패권 라이벌 중국이다. 미일 두 정상은 성명에서 상호 방위 의무를 언급한 뒤 곧장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무력·강압을 통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동중국해는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분쟁 대상인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 열도가 있는 곳이다.
동중국해만이 아니다. 미일 정상은 11일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안보 관련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사전 브리핑에서 미국 해안경비대 함선 승선 합동 훈련, 중국과 가까운 필리핀 북부 루손섬 투자 프로젝트 등이 3국 정상회의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US스틸 일본 매각엔 유일한 이견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미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경내를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도 미일 회담 의제였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을 거듭 비난하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처음 공개 지지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사실상 유일하게 두 정상 간 이견이 노출된 문제였다. 기시다 총리가 원만한 인수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명에는 일본인의 첫 달 착륙 참여, 기업이 자금을 대는 미일 대학 AI 공동 연구, 핵융합 에너지의 상업적 활용 관련 협력 등 국방 외 다양한 영역의 계획도 포함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