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노동자 사망… 사업주에 징역 2년 선고
안전점검 당시 수차례 '위험' 경고에도 방치
'예방' 입법 취지 주목, "사후 수습 안 통한다"
유족 처벌 불원해도 양형에 적용 안 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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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안전점검에서 기계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도록 해 직원을 사망케 한 업체 대표에게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1심 선고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노동계는 예방을 강조한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결함 반복 지적에도 외면한 경영자 책임 중해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중대재해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 모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7월 14일 자신의 공장에서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안전장치가 고장 난 사실을 알고도 네팔 국적 노동자 C씨에게 작업을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위아래 안전문 방호장치가 모두 파손된 주조기계 내부를 청소하다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어 사망했다.
이 판사는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 작동이 멈추지 않는 결함을 반복 지적했는데도 시정하지 않은 경영자 책임을 무겁게 봤다. 안전점검을 위탁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가 2021년 9월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 10개월 동안 A씨에게 '사고 위험성 높음', '즉시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수차례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도 대한산업안전협회는 구체적인 사고위험을 지적했고, 이 판사는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바로 조치를 취하라고 했는데도 무시한 점을 법원이 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방에 중점을 둔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살린 판결로 평가했다.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 사건에서는 이런 판결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족합의에도 '처벌 불원' 감경요소로 미적용
특히 법원이 유족과 합의하고 사후 시정조치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점이 주목된다. 중대재해법 시행 2년 동안 600여 곳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14건의 판결이 나왔지만 실형을 받은 업체는 한국제강(2023년 4월)이 유일하다. 한국제강 대표는 사망사고를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네 차례 벌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법원은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과태료를 자진납부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법정형 하한선(징역 1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두 사건 모두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용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징역 6개월~1년 6개월)이라는 감경요소와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경우'(징역 2~5년)라는 가중요소를 고려했다. 한국제강 사건에서는 감경요소가 적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가중요소를 적용했다. 노동사건 전문인 박훈 변호사는 “그동안은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고의가 아니고,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형 정도에 그쳤다”며 “충분한 형량으로 보긴 어렵지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결국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적극적인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노동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형사처벌로 집행되는 중대재해법은 형이 낮으면 결국 휴지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양형기준을 높게 잡고 처벌을 강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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