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물 보호 차원 '사냥 관광' 제한
코끼리 관광국 보츠와나 "데리고 살아봐"
"서구 야생동물 정책은 위선적" 비판도
"2만 마리의 코끼리를 보내겠다."
코끼리 13만 마리가 서식하는 아프리카 남부 국가 보츠와나가 독일에 으름장을 놨다. 독일이 동물 보호를 위해 꺼낸 '사냥 관광 규제'에 발끈한 것이다. 코끼리 사냥은 보츠와나의 주요 관광상품이다. 우스꽝스러운 위협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유한 서방 국가의 도덕과 저개발국의 슬픈 현실 사이 해묵은 갈등이 깔려 있다.
동물 보호 정책에 "코끼리와 살아 봐"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보츠와나의 모크위치 마시시 대통령이 독일로 2만 마리의 코끼리를 보내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독일 환경부의 정책 변화였다. 지난 2월 독일은 상아 등 야생동물 수렵 기념물, 일명 '트로피'를 갖고 귀국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동물 복지와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서였다. 보츠와나에는 13만 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코끼리 개체 수의 3분의 1에 달한다.
보츠와나는 독일 조치에 반발했다. 보츠와나는 코끼리 사냥을 관광상품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12일짜리 코끼리 사냥 패키지 관광상품이 5만 달러(약 6,500만 원)에 달한다고 WP는 전했다.
마시시 대통령은 지난 2일 독일 매체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베를린에 앉아서 보츠와나의 우리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갖는 것은 매우 쉽다"고 비판했다. 마시시 대통령은 먼저 보츠와나에 코끼리가 너무 많아 농작물을 먹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항변했다. 코끼리 사냥이 보츠와나 농업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는 또 독일의 제한 조치는 보츠와나의 빈곤과 밀렵을 부추긴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코끼리를 독일에 보내겠다며 "당신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대로 동물들과 함께 살아라"라고 을렀다.
"야생동물 디즈니 만화처럼 관리는 어려워"
WP는 "마시시 대통령의 다소 날카로운 반응의 근원은 대규모 사냥 사업에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 사업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빈곤한 국가들 간의 오랜 긴장에 있다"고 꼬집었다.
옥스퍼드대 보존생물학자 에이미 딕먼은 "동물 보호단체는 야생동물을 유토피아적, 디즈니풍(동화적)으로 관리하기를 원한다. 즉 야생동물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라며 "그것은 더 이상 야생동물 보호의 현실이 아니며, (야생동물 관리는) 인간의 필요 및 개발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딕먼은 또 사냥 산업이 개체 수 조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보츠와나에서는 1년에 수백여 건의 사냥이 이뤄지는데, 이는 13만 마리에 이르는 코끼리 개체 수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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