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성 치매환자... 대법 "심신상실"
알코올성 치매로 입원 중에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를 소화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던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상해치사 혐의를 받는 70대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8월 입원해 있던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간호조무사에게 제지 당하자 근처에 있는 소화기로 다른 환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피해자는 외상성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끝내 사망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8년부터 알코올성 치매를 진단받아 입원 치료 등을 받아온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본 것이다. 사건 발생 약 1개월 후 이뤄진 정신감정 결과가 근거가 됐다. 정신감정의뢰회신에 따르면, A씨는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로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중증 인지장애로 평가됐다. 2심 재판부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구별하거나, 자기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치료감호도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가족이 지속적 보호와 치료를 다짐하고 있다"면서 "건강상태, 범죄전력 등에 비춰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사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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