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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을 위한 선거가 된 이유

입력
2024.04.04 19:15
수정
2024.04.04 19:3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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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거 결과든 한 위원장 위상 커질 것
윤 대통령, 주변 문제 결단해야 신뢰 회복
국민 위해 입에 써도 삼켜야 하는게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미관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수원살리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미관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수원살리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총선 막바지 여론조사 결과는 무서울 만큼 놀랍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그제 100석인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고 했다. 읍소전략이긴 하나 여당 우세지역마저 접전지로 바뀔 만큼 ‘야당 200석’이 괜한 전망은 아니라고들 한다. 그것이 가져올 시나리오를 열거하며 보수집결, 애국투표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여권의 위기 신호다. 물론 아직은 일주일이나 남은 선거이고, 숨어 있는 샤이 보수표까지 감안하면 투표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를 것이다.

통상 선거의 절반은 구도가 좌우하고, 인물과 정책을 그 나머지로 친다. 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대의제가 귀족정이라는 것은 오늘날 오히려 노골적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가(家)의 유력자가 2세, 3세 또는 4세인 일본 대의민주주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나, 우리도 그런 성향이 짙어지는 것 같아 이번 총선을 돌아보게 한다. 논란이 된 후보들 면면도 대개 정치문벌이거나 자산가들인 걸 보면, 선거가 기득권자의 배지 달기 게임으로 악용되는 건 아닌지 싶다. 그런데 이런 논란들마저 선거 구도인 여야 심판론이, 특히 정권심판론이 삼켜버리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민심이 이처럼 분노하고, 표심이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다. ‘한동훈 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은 탓도 있고, ‘조국 현상’이 선명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윤한 갈등’ 이후 한 위원장 평가는 대중적 인기와 달리 보수 내부에서 갈려 있다. 하지만 이를 가리는 보다 큰 원인은 용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입에 쓰더라도 삼켜야 하는 자리다. 입맛에 안 맞는다고 뱉어 버린다면 국민도 외면할 뿐이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문제를 언변으로 회피하고, 이벤트로 흐린다고 해서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선거가 아니라도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개혁을 주도하려면 주변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는 여론 지원을 받지 못한다. 대통령 행보와 말에 신뢰가 붙기도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심판 키워드로 만든 ’이채양명주’ 가운데 3개가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것들인데 사실 국민에 사과하고, 검찰에 나가 조사받으면 될 일들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이 종결하지 못하는 건 수사절차가 결과의 공정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결단해야만 가능한 것들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도 묻히지 않고 국민정서법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지금 총선 양상은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4인이 움직이는 판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숫자에 상관없이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한 위원장은 “정부가 부족하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정부 책임론을 거론한 것처럼, 어떤 선거 결과이든 자유로운 입장이다. 이미 ‘100석론’ 예상이 나온 마당에 120석이면 성공이고 140석이면 정치적 승리라서 당내 기반도 탄탄해질 게 자명하다. 당의 위상이 선거 이전과 같지 않다면 당정 관계마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결국 대통령보다는 한 위원장을 위한 선거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 문제의 해법을 찾는다면 가수 유승준이 될지 싸이가 될지 선택해야 한다. 병역법 위반으로 군대를 두 번 다녀온 싸이는 여전한 국민 스타로 남아 있지만 유승준은 대법원 승소에도 불구 22년째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병역기피란 국민정서법을 어겼기 때문인데 헌법보다 무섭고 가혹한 이 법은 두 번도 없는 단심제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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