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후임 임명 기회’ 우려
‘보수 재편 빌미’ 긴즈버그 악몽
판사도 당파성… 임명권자 편향
미국 최고 법원인 연방대법원의 진보 성향 대법관을 상대로 올해 안에 물러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같은 진보 진영 내에서다.
미국 NBC방송은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임 거부로 대법원이 급격히 우경화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이 스스로 퇴진해 주기를 바라는 인사는 진보 성향 대법관 중 최고령인 소니아 소토마요르(69) 대법관이다.
소토마요르 존중하지만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NBC에 “소토마요르 대법관을 존중하지만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하고, 여기서 교훈이 무엇인지는 미스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은 “(보수 대 진보가) 7 대 2가 되면 대법원은 (극우 성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법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토마요르 대법관 후임을 임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3명의 보수 성향 연방 대법관을 임명했다.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가 발탁될 때만 해도 대법원 이념 구도는 ‘보수 5 대 진보 4’였다.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 한 차례 사퇴 권고를 물리쳤던 그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20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빈자리에 보수파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앉혔다. 현재 6 대 3 보수 우위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2022년 6월 이뤄진 임신중지(낙태)권 인정 판결(1973년) 폐기 결정이 보수가 장악한 대법원의 대표 작품이다.
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언론인들의 사퇴 요구는 더 노골적이다. 조시 배로는 지난달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에 “올해 그(소토마요르)가 대법원을 떠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젊고 믿을 수 있는 진보적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흐디 하산은 최근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바이든이 경합주에서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고, 민주당도 (11월 선거에서) 상원 과반을 잃을 수 있다”며 “대통령이 민주당이고 상원도 민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판사가 임명권자를 편들며 당파성을 띠는 현상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고인인 형사 재판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의 임기 말에 임명된 플로리다주(州) 연방지방법원 판사 에일린 캐넌은 기밀 문건 유출 및 불법 보관 사건과 관련해 이의 제기를 대부분 수용하고 결정을 미루며 공판 날짜를 정하지 않는 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재판 지연 전략에 협조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반면 뉴욕시장이 임명한 뉴욕 맨해튼지법 소속 후안 머천 판사의 경우 공교롭게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연기 요청을 거듭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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