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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온도'로 시와 소설 쓰는 이장욱 "서사·감정과 대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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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온도'로 시와 소설 쓰는 이장욱 "서사·감정과 대결하고자 한다"

입력
2024.04.04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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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설·시집 펴낸 이장욱 인터뷰
“시도 소설도 늘 처음인 듯이 쓸 뿐”

이장욱 작가. 작가 제공

이장욱 작가. 작가 제공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를 더 많이 써주길 바란다. 반면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은 더 많은 소설을 원한다. 그의 시와 소설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존재만으로 문학적 호사를 누리게 하는 이름, 시인이면서 소설가인 이장욱이다.

1994년과 2005년 각각 시와 소설로 등단한 이장욱이 최근 단편소설집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에 이어 “시들의 배면에 모종의 음악이, 리듬이, 흐름이, 약동이, 운동이 배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지은 시집 ‘음악집’을 펴냈다. “책 한 권 냈다고 뭐라 뭐라 설명하는 걸 몇 번 해보니 아무래도 민망한 느낌이 들어서”라며 대면 인터뷰를 사양한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음악집·이장욱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180쪽·1만2,000원

음악집·이장욱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180쪽·1만2,000원

이장욱은 “시와 소설을 동시에 쓰는 건 아니"라고 했다. "소설을 쓰는 시기에는 시를 못 쓰고 시를 쓰는 시기에는 소설 쓰기가 어렵고 그렇다. 쓸 때의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감각과 영혼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느낌도 있고, 나라는 하나의 개체 안에서 다른 감각과 다른 영혼이 발휘되는 느낌도 있다.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표제작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에는 해변모텔을 배경으로 네 사람의 인물이 등장한다. 일부는 이미 부재한 이들이다. “단지 한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 가까운//우리는 결국 시제가 없는 편지를 쓰는 것이다”라는 시 ‘깊은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 보기’의 한 구절처럼 ‘음악집’에서도 존재는 확고부동한 무엇이 아니다.

이장욱은 “‘부재’는 삶을 삶으로 느끼는 불가피한 방법 같다”며 “삶에서 실제로 친구나 친지를 잃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부재는 우리와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재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존재도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이장욱 지음·현대문학 발행·184쪽·1만4,000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이장욱 지음·현대문학 발행·184쪽·1만4,000

“‘이후’의 삶 역시 삶”이라고 말하는 이장욱의 작품에서는 온기보다는 서늘함이 읽힌다. 친밀한 이의 죽음이라는 거세고 격렬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그리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작품의 낮은 온도에 대해 “정신의 긴장을 놓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적으려고 노력한 것뿐”이라면서 “서사나 감정에 모든 것을 의탁하거나 투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인물들이 서사와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기를 바란다. 서사나 감정을 배제하지 않되 그것들과 견고하게 대결하기를 바란다. 삶과 세계를 정확하게 보려면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등단 30년이 된 이장욱은 “시도 소설도 늘 처음인 듯이 쓸 뿐이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늘 처음인 듯이 어렵기도 하다”고 역시나 물기없는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도 “늘 처음인 듯이 괴롭고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때는 번역과 평론도 했고, 지금도 창작하며 대학에서 글을 가르치는 더없이 문학적인 사람의 고요하지만 분명한 애정이다.

또한 그것은 “더 오래 품고, 느리게 품고, 깊게 품”어서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느리고 깊고 그래서 잘 안 보이고 천천히 가는 작업”(Axt 인터뷰·2016)으로 잠수함 속 캥거루 같은 시와 소설을 앞으로도 써낼 이장욱이라는 문학의 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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