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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등기 덫에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 정부 "구제 방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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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등기 덫에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 정부 "구제 방안 찾고 있다"

입력
2024.04.05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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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법무부 "가등기 악용 사실 파악"
피해자들 "전세사기 가등기 풀어달라"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뉴시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뉴시스

전세사기 조직이 걸어둔 가등기 탓에 전세보증금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경매시장에서 피해자가 '셀프 낙찰'도 받을 수 없는 실태가 본보 보도(3월 7일 자 1면)로 드러난 뒤 정부가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대책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최근 전세사기 조직이 가등기 제도를 악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문제가 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등기)'는 원래 집주인의 이중 매매를 막기 위해 미래에 이 집을 소유할 예정이라며 일종의 매매 예약을 걸어두는 등기다. 전세사기 조직은 전세금으로 집값을 치르는 무자본 갭투자 과정에서 들인 바지 집주인이 함부로 집을 팔지 못하게 하려고 가등기를 걸어두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했다.

실제 서울 관악구의 전세사기 피해자 사례를 취재해 보니, 가등기를 건 이는 전세사기 주범의 친조카였다. 친조카 신모씨는 현재 여러 건의 전세사기 혐의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가등기가 걸린 주택은 경매시장에서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등기 신청자가 본등기를 하는 순간 소유권 시점이 본등기 날짜가 아니라 가등기 신청일로 소급되는 순위보전 효력 탓에, 경매를 낙찰받아도 언제든 소유권이 넘어갈 위험이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가등기가 걸린 주택은 경매시장에서도 처리가 안 돼 피해자 구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전세사기 피해자(임차인)를 대신해 강제경매에 나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전세사기 조직의 '가등기' 덫에 걸려 보증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상당수 피해자는 살고 있는 집을 셀프 낙찰 받으려 해도 가등기 탓에 그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 관계자는 "실태를 파악해 보니 전세사기 조직이 가등기 제도를 악용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가등기는 민사상 권리라 허점이 나타났다고 해서 없애거나 할 순 없고 현재 법무부 중심으로 피해자 구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등기 탓에 셀프 낙찰이 막힌 피해자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피해자지원센터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개별로 전문 변호사를 수소문해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변호사 비용이 비싼 데다 승소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한 피해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감옥에 있어 연락도 안 돼 법을 동원해도 가등기를 풀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가등기만이라도 풀 수 있게 법리 해석을 해 줘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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