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조롱 넘치는 학교 운동장 같다" 촌평
말싸움 중심인물은 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외교에 경멸적 접근"... 배경엔 SNS 발전도
“라틴아메리카 외교 무대가 (아이들이나 하는) 말다툼과 조롱으로 넘치는 학교 운동장 같다.”
중남미 국가 정상들의 최근 외교적 발언을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내놓은 촌평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은커녕, 오로지 막말과 독설만 가득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WSJ에 따르면 ‘말의 난투극’ 중심에 있는 인물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다. 극우 성향인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거친 언사로 악명을 떨쳤다. 당시 좌파 정치인에게 “기생충” “인간 배설물” 등 모욕을 퍼부었던 그의 ‘막말 본색’이 지난해 12월 대통령 취임 후부터는 국제사회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CNN방송 스페인어판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방송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민영화를 비판했던 중도좌파 성향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무식한 바보”라고 지칭했다. 청년 시절 좌파 반군 게릴라였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겨냥해선 “테러리스트 살인범, 공산주의자였던 사람한테 기대할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쿠바(미겔 디아스카넬), 니카라과(다니엘 오르테카),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등의 지도자들도 “정말 비열한, 최악의 대통령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반격도 과격하긴 마찬가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응수했다. WSJ는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자신의 지지 세력을 과거 밀레이가 ‘작은 성기 클럽’이라고 비하했을 때부터 벼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도 “밀레이가 라틴아메리카 통합을 파괴하려 하는 것 같다”며 맞받았다. 심지어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주 야당 인사들이 주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일이 발생하자, 대사관에 물·전기 공급을 끊기도 했다. 지도자들 간 설전이 실제 외교적 마찰로까지 번진 셈이다.
이 같은 말싸움을 부채질하는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인 마이클 시프터는 WSJ에 “중남미에는 천성적으로 전투적인 지도자가 많다. (타국 정상을 비난하고 싶을 때) SNS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성미가 급한 중남미 지도자들은 외교 관계에서 확실히 경멸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며 “SNS에 떠도는 독설로 짐작해 볼 때, 이들은 정말로 정말로(really really)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