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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내부 주문 덕에 작년 삼성 매출 웃돌아... '2위 싸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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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내부 주문 덕에 작년 삼성 매출 웃돌아... '2위 싸움' 격화

입력
2024.04.0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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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매출 첫 공개... 작년 189억 달러
삼성 매출 추정치 웃돌아... 장부상 '업계 2위'로
"스스로 일감 몰아준 덕, 의미 없다" 평가 지배적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와 반도체 웨이퍼를 앞에 놓고 대화하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와 반도체 웨이퍼를 앞에 놓고 대화하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에서 삼성전자보다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인텔 내부 주문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장부상이라도 '파운드리 세계 2위' 타이틀을 인텔에 내준 것은 삼성전자의 영업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인텔 간 '2위 싸움'이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 매출, 2년 연속 삼성 넘었다?

인텔은 2일(현지시간)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매출액 189억 달러(약 25조5,717억 원), 영업손실 70억 달러(약 9조4,71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22년(257억 달러) 대비 약 26% 줄었고, 영업손실은 52억 달러에서 34% 증가한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 실적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직접 설계·제조한 완제품과 위탁 생산 실적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두 부문을 나눠 집계하는 것으로 자체 회계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공개된 인텔의 작년 파운드리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133억 달러를 웃돌았다. 인텔은 2022년 매출도 함께 발표했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 매출(208억 달러)보다 많았다. 물론 삼성전자 매출은 공식 발표가 아닌 시장 추정치이긴 하나,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인텔이 대만 TSMC를 잇는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겔싱어 CEO의 뒤편에 '2030년까지 세계 두 번째 파운드리'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떠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겔싱어 CEO의 뒤편에 '2030년까지 세계 두 번째 파운드리'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떠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인텔, '실질적 2위' 등극도 자신하며 삼성 압박

CPU 제조사로 잘 알려진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파운드리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가 팻 겔싱어 현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들어와 재진출을 선언했다. 뒤늦게 질주를 시작한 만큼 미국 내 공장 신설과 시설 현대화에만 향후 5년간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는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이날 발표한 실적은 이 같은 목표에 이미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의 95%가 내부 주문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마디로 '인텔이 인텔에' 몰아준 일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외부에서 발생한 매출은 189억 달러 중 단 9억 달러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순수하게 외부 업체 주문으로 생긴 매출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인텔을 크게 넘어섰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매출에서 외부 발생분이 얼마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으나, 퀄컴이나 테슬라 등큰손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겔싱어 CEO는 외부 주문액 기준으로도 2030년까지 2위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많은 투자 때문에) 올해 파운드리 부문 영업손실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7년쯤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부 고객으로부터 150억 달러 규모의 물량을 수주했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외부 업체 선주문액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2위 등극은 따 놓은 셈이라고 강조하려는 의도"라며 "삼성전자가 '업계 3위'로 인식되면 고객 확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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