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시간 외 노동 연 960시간까지 규제
꼼수 된 숙직 허가제… 의사들 과로는 여전
의대 증원 먼저 했는데… "의사 더 늘려야"
일본 의사들에게 연 960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잔업 규제 정책이 1일 시행됐다. 대학병원 전공의나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공공병원 의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만 늘었다며 의사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업무 시간을 줄이는 만큼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사들, 5년간 유예기간 뒀지만…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의사와 건설 노동자, 운송업 종사자들에 대한 초과근무 규제에 들어갔다. 2019년 4월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 외 근무에 대해 월 45시간까지만 인정하는 규제를 시행할 당시 세 가지 업종에 대해 5년간 부여한 유예기간이 끝난 것이다. 의사들의 경우 휴일 근무를 포함한 상한은 연 960시간이다. 다만 응급실 업무 등 지역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업무는 연 1,860시간까지 시간 외 노동이 가능하다.
유예기간 중 의사들의 업무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간 외 노동이 연 960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상근의사 비율은 21.2%에 달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숙직 허가제'를 장려했다. 병원이 노동기관으로부터 의사의 숙직 허가를 받으면 초과근무를 했더라도 근로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숙직은 "업무 강도가 세지 않고 휴식도 충분히 취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제도를 권장하지만 의료계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정작 의사들의 업무 부담은 줄지 않는데, 병원은 제도 위반을 피할 수 있어서다. 일본 의사 노조인 의사유니온이 2022년 의사 7,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숙직 시 통상 업무를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80% 이상은 '통상 업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한 의료 분야 노무사는 마이니치신문에 "지난해 들어온 노동 상담 대부분 숙직 허가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 유지하려면 의사 증원해야"
일각에서는 의사 증원 없이는 과도한 업무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2008년부터 꾸준히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고 있지만 지금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2.6명(한국은 한의사 제외 시 2.2명)으로 같다. 일본은 업무 시간 규제 정책을 시행했지만, 한국은 전공의만 주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봉직의는 법정 근로시간 적용 예외를 인정한 특례업종(보건업) 대상이다.
진보적 의사 단체인 전일본민의료기관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숙직 허가제는) 국가가 위법한 노동을 장려하는 것"이라며 의사 증원을 목표로 의사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혼다 히로시 의료제도연구회 이사장은 마이니치에 "휴식 없는 숙직 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부족"이라며 "의사 증원 없는 개혁은 의사의 업무 과중을 용인하고 결국 지역 의료 축소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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