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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 공모 알리지 않았다"... 보은 가축분뇨처리시설 반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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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 공모 알리지 않았다"... 보은 가축분뇨처리시설 반발 고조

입력
2024.04.01 19:00
수정
2024.04.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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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부지 선정 과정 의혹 제기
"속리산 관광 이미지 먹칠" 지적도
군 "공모 절차 투명하게 진행" 반박

충북 보은군 장안면 주민들이 지난달 21일 보은읍내에서 가축분뇨처리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대 주민들로 결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보은군의 후보지 공모 과정이 불투명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투쟁위원회 제공

충북 보은군 장안면 주민들이 지난달 21일 보은읍내에서 가축분뇨처리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대 주민들로 결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보은군의 후보지 공모 과정이 불투명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투쟁위원회 제공



충북 보은군이 대규모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건립하기로 하자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후보지 공모 과정의 투명성 문제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논란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1일 보은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군은 국비 등 428억 원을 들여 하루 200톤의 축산분뇨를 퇴비로 만드는 시설을 2027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군은 지난해 후보지 공모를 거쳐 장안면 오창2리를 예정지로 선정했다. 이곳에서 민간업체가 운영 중인 퇴비공장(1만1,450㎡)을 매입·철거한 뒤 규모를 2배 이상 키운 새 시설(2만9,000㎡)을 건립하기로 했다.

보은군은 이 사업에 최대한 속도를 낼 참이다. 군 관계자는 “시설 부족으로 현재 군내 1일 축산분뇨 발생량 800톤 중 180톤 정도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순환 농법을 실현하기 위해 분뇨처리장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를 결성,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걸고 여론을 모으기 위해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전체 주민의 60%에 가까운 750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지난 21일에는 주민 수백 명이 보은읍내에 모여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반투위에 따르면 분뇨처리시설 건립 부지는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자리해 분뇨처리시설이 건립되면 큰 생활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속리산과 서원계곡 등 명소와 인접해 ‘관광 보은’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신국범 반투위원장은 “주거지 가운데에, 그것도 국립공원 입구에 대규모 분뇨처리시설을 건설하려는 발상 자체가 의아하다”며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후보지 선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서원계곡을 끼고 있는 장안면은 청정지역인 데다 가축 사육 두수도 많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반투위는 사업 후보지 선정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보은군이 후보지 공모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장안면 내 11개 행정리 가운데 오창2리를 제외한 10개 마을은 공모가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다”며 “주민의견 수렴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은군은 지난해 10억 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내걸고 가축분뇨처리시설 부지를 공모했다. 3개 마을이 신청을 했고, 시설부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1월 장안면 오창2리를 1순위 후보지로 확정한 바 있다.

최재형(왼쪽 두 번째) 보은군수와 군의회, 군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전북 정읍에 있는 가축분뇨자원화센터를 방문해 친환경 시설을 살피고 있다. 보은군은 이 같은 선진지 견학을 통해 가축분뇨처리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 시설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보은군 제공

최재형(왼쪽 두 번째) 보은군수와 군의회, 군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전북 정읍에 있는 가축분뇨자원화센터를 방문해 친환경 시설을 살피고 있다. 보은군은 이 같은 선진지 견학을 통해 가축분뇨처리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 시설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보은군 제공



군은 이 같은 부지 선정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후보지 공모는 군청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알렸다. 은폐 의혹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단이 공모를 몰랐던 것은 신규 직원인 면사무소 담당자가 실수로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 직원은 업무 실수로 감사를 받고 신분상 조치까지 받았다”고 답변했다.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건립하는 가축분뇨처리시설은 악취가 거의 없는 친환경 첨단 시설”이라며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2후보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재론의 여지를 남겼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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