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클라크슨 더클라이밋 대표 인터뷰]
RE100 캠페인 주관 국제비영리단체
한국, 빠른 탈탄소가 리더십 유지할 방법
규제가 재생에너지 발목 잡는 주된 요인
무역경쟁력 위해 정치적 의지·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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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클라크슨(Helen Clarkson) 더클라이밋 대표. 더클라이밋그룹 제공
“한국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무역질서에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국이 RE100을 잊거나 모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헬렌 클라크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는 지난달 19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 기후공약을 발표하며 “RE100를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고 발언하는 등 RE100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데 대한 일침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RE100이 한국에 무역장벽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더클라이밋그룹은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제비영리단체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 네크워크를 강화하고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RE100에는 구글, 애플 등 428개 기업이 참여해 세계 무역 질서와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36개 대기업이 RE100에 가입해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해외 고객사들이 RE100 달성을 위해 한국 기업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14.7%, 대기업(80곳)의 28.8%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미국과 유럽의 탄소무역장벽은 더 높아지는 추세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요구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크슨 대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경제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빠른 탈탄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조달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 그 사례로 레고(LEGO)사가 6번째 해외 공장을 베트남에 짓고 있는 점을 들면서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RE100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클라이밋그룹의 ‘2023 RE100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에서 활동한 RE100 기업 126곳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30%였다. 반면 한국에서 활동한 RE100 기업 164곳은 해당 비율이 9%에 불과했다.
한국 정부는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 중심의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방침에는 우리나라의 자연 여건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클라크슨 대표는 그러나 "원전 건설은 비용이 높고 최소 15년 이상 걸린다”며 “그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한국은 무역질서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건 다른 요인보다 규제 장벽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소를 지으려면 최대 10개 부처의 29가지 법률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한국과 지리적으로 비슷한 영국이 이미 막대한 해상풍력을 설치한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과 무역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22대 국회가 정치적 의지와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게 클라크슨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이고 투자 및 조달환경을 개선하도록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다름 아닌 RE100 회원사와의 공동 작업을 통한 정책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더클라이밋그룹은 오는 5월 21일 한국에서 제2회 아시아액션서밋을 열고 녹색경제 및 재생에너지 전환, 철강 탈탄소화를 위한 '스틸제로' 캠페인 등을 논의한다. 더클라이밋그룹 제공
더클라이밋그룹은 오는 5월 21일 한국에서 ‘제2회 아시아액션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아시아 기업과 싱크탱크, 지방자치단체 등이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를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100% 저탄소 철강을 조달한다는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 ‘스틸제로(Steel Zero)’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클라크슨 대표는 “세계 철강 생산 6위인 한국의 철강사들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저탄소철강 구매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며 “스틸제로 캠페인은 철강 분야 탈탄소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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