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시작에도 꽃샘추위에 개화 아직
시민들 아쉬움, 인파 적어 상인도 울상
"개나리 만개, 좋은 날씨에 나름 위안"
"벚꽃이 없으니까 나무만 보면 아직 겨울 같네."
벚꽃 축제는 한국민들에게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축제 시작에도 정작 꽃이 피지 않아 당국도 구경꾼들도 울상이다. 얄궂은 날씨 탓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 유독 벚꽃이 빨리 피어 축제기간을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그런데 올해는 거꾸로 꽃샘추위가 계속되면서 꽃봉오리를 도통 터뜨리지 않고 있다.
31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는 축제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만개한 벚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분홍빛으로 물들어야 할 산책로 벚꽃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안 나온다" "벚꽃이 없어도 너무 없다" 등 시민들의 볼멘소리만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군 휴가 중인 남자친구와 함께 나들이 나온 이지민(22)씨는 "나는 대구에서 살고, 남자친구는 경기 광명에서 일병으로 군복무 중이라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왔는데 꽃이 없어 황당하다"고 속상해했다. 개나리로 나름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80년 친구 이모(85)씨와 박모(85)씨는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벚꽃 대신 개나리만 예쁘게 피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여의도 벚꽃축제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앞 윤중로 벚꽃길에는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나무가 가득했다. 그러자 마포대교 앞 개화한 벚꽃나무 한 그루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대학생 김현지(22)씨는 "꽃이 핀 나무가 이것 밖에 없어 여기서라도 많이 찍어야 한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벚꽃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도 낙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벚꽃 모양 헤어핀을 파는 백모(42)씨는 "재작년만 해도 한 걸음 내딛기가 버거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사람이 없어 수입도 고만고만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떡볶이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신모(70)씨도 "주말인데 평일이랑 붐비는 정도가 비슷하다"면서 "올해 장사는 공쳤다"고 푸념했다.
2년 연속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4월 4~9일 열린 지난해 여의도봄꽃축제는 비가 내리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벚꽃이 이르게 졌다. 그래서 올해는 축제 기간을 당겨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계획을 짰으나 이번엔 낮은 기온이 지속돼 서울에서 벚꽃이 개화한 곳이 거의 없는 상태다.
시민들은 그나마 화창한 날씨에 만족하고 주말을 즐겼다. 경기 부천시에서 여의도까지 온 직장인 윤혜정(25)씨는 "며칠간 심했던 황사가 물러가 다행"이라며 "꽃은 없어도 산책하기 좋다"고 웃었다. 김모(61)씨도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과 날씨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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