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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세 잘못됐어도, 오인할 사정 있다면 당연무효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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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세 잘못됐어도, 오인할 사정 있다면 당연무효 아냐"

입력
2024.03.31 15: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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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낮은 목장 용지에 일반토지 세율
"명백한 하자 사유 안 돼 무효는 불가"
대법 "취소만 가능"... 원심 파기 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무당국이 과세를 잘못했더라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과세 자체를 무효화할 수 없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차 확인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12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화 측은 제주에 목장 용지로 분류된 땅 7필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목장 용지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대상이지만, 실제 목장으로 쓰이지 않아 당국은 일반 토지에 적용하는 합산과세 기준을 적용해 세금을 매겼다.

문제는 2013년 한화가 해당 토지에서 실제로 말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당국은 제대로 된 현장 조사 없이 종전 기준을 적용해 2014~2018년에도 합산과세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뒤늦게 잘못을 알게 된 한화 측은 2019년 9월 부당하게 걷힌 세금 3억8,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은 처분 등을 인지한 날부터 90일 이내 혹은 처분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나, 과세 사실을 늦게 인지한 한화 측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으로 맞섰다.

1심은 과세 처분이 유효하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당연무효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과세당국이 간단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전 연도 과세자료만을 기초로 (목장 용지를) 합산과세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는 합산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할 객관적 사정이 있고, 분리과세 대상 토지에 해당하는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 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설령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고 해도 취소 사유에 해당할 뿐 조사결정 절차의 중대하거나 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은 부과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세금을 매길 때 조사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막연한 방법으로 결정했다면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지만, 이번 사건처럼 단순한 오인이나 잘못된 조사방법 선택 등에 그칠 땐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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