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신원 확인 사례… 총 228명으로 늘어
"북진 과정에서 형님이 형수님 앞으로 보낸 편지에는 '얼마 있지 않으면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통일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6·25전쟁 전사자 오용순 일병의 동생 백순(86)씨는 무려 73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형의 유해를 마주하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고인은 해방 이후 청년단에 가입해 전북 무주에서 마을 청년단장으로 활동하며, 목총 사격 훈련을 지도했다. 군사 교육을 받기 위해 대구로 향했던 고인은 6·25전쟁이 터지자 곧 참전했다. 국군 제8사단에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의성·영천에서 전투를 벌였고, 평안남도 영원군까지 북진했다. 하지만 1951년 2월 12일, 고인은 중공군의 4차 공세에 '횡성 전투'에서 20세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전사 이후 정확히 73년 1개월 17일 뒤, 가족들은 마침내 고인 유해와 마주할 수 있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3년 강원 횡성군 압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오 일병으로 확인하고, 29일 경기 부천시 유가족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 올해 들어 첫 사례로, 2000년 4월 유해 발굴 시작 이래 신원 확인 국군 전사자는 228명이 됐다.
고인이 가족의 품으로 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국유단은 2003년 유해 발굴 10년 만에 기동탐문을 통해 백순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으나, 당시 유전자 분석 결과로는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다수의 유해가 발견된 지역을 대상으로 재차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11년 만에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고인의 여동생 용이(90)씨는 "70여 년 만에 오빠의 유해라도 만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국가가 잊지 않고 찾아준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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