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안전부, 스파이 기업 소재 영화 공개
지난해 '미국 업체 대대적 수사' 사실 연상시켜
'투자 호소'하면서 해외 기업 잠재적 간첩 취급
중국 방첩 당국이 외국 기업의 스파이 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편 영화를 제작해 공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해외 기업을 상대로 연일 대(對)중국 투자를 호소하고 있지만, 속으론 해외 기업을 '잠재적 간첩'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드러난 셈이다.
2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정원 격)는 전날 '은밀한 조사가 숨어있다, 국가 안전 위험'이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를 공개했다.
8분 22초 분량의 이 영화는 국가안전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 해외 정보기관이 자국의 컨설팅 업체들을 활용해 중국에서 비밀을 탈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타국의 시장조사 기관이나 컨설팅 기업이 겉보기엔 중국에서 정상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는 듯 보이지만, 실은 중국이 우위를 점한 산업의 영업 비밀을 빼내기 위해 염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전부는 지난달에도 방첩 당국 요원이 정보 컨설팅 업체에 위장 취업해 해외 간첩 세력을 적발한다는 내용의 만화를 공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미국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이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3월 미국의 기업 실사업체인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해 직원들을 연행해 갔고, 4월엔 미국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에 들이닥쳐 압수 수색을 했다. 중국은 같은 해 7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개정 반(反)간첩법'을 시행했다. 중국은 '안보'를 앞세워 해외 기업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했고, 이는 최근 대(對)중국 투자가 감소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대만 중앙통신은 "국가안전부의 방첩 교육용 작품이 시진핑 주석이 해외 기업 총수들을 만난 직후 공개됐다"고 짚었다. 한편에선 '개방'을 강조하면서 다른 쪽에선 해외 기업 '감시'를 늦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는 '엇박자'를 지적한 것이다.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관계 전국위원회의 에반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 회사 블랙스톤 창립자 스티븐 슈워츠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 등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양국이 더 많은 접촉과 교류를 갖고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쌓아가기를 희망한다"며 미중 간 신뢰를 강조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28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대외 개방 확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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