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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밤눈 어두운 줄 알았는데…” 시력 서서히 잃는 '망막색소변성증'

입력
2024.03.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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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후천성 3대 실명 원인... 상당수 시력 잃어

망막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 망막동맥폐쇄된 안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망막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 망막동맥폐쇄된 안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적응을 잘 하지 못하거나, 해질 무렵 외출할 때 문제가 생기고 실내가 어두우면 생활하기 어려워진다. 야맹증이 대표적인 초기 증상인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세포가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져 끝내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당뇨변성망막증·황반변성 등과 함께 후천성 실명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카메라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망막(網膜·retina)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이 망막에 색소가 쌓이면서 망막 기능이 사라지는 유전성 희소 난치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시각 세포 내에서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유전자 결함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특정한 이유 없이 돌발적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첫 증상은 대개 20대 이전에 나타난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두 눈의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 협착이 나타난다.

그러면 작은 망원경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느끼고(터널 시야), 시야가 희미해지며 글을 읽지 못하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이 밖에 중심 시력 저하·색각장애·광시증(光視症)·눈부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윤준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세포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20가지가 넘는 유전성 망막질환 중 가장 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개인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나 진행 속도는 다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돼 나중에는 상당수가 시력을 잃게 된다”고 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심한 야맹증이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 야맹증은 망막의 막대세포(Rod Cell)의 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망막에는 물체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와 물체의 형태와 색을 인식하는 원뿔세포(Cone cell)가 있는데, 망막색소변성증이 시작되면 막대세포부터 이상이 발생해 이후 원뿔세포까지 순차적으로 손상을 입는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력 검사·색맹 검사·검안경 또는 촬영 장비를 통한 안저(眼底) 검사·시야 검사·전기 생리 검사·유전자 확인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이 가운데 전기 생리 검사인 망막 전위도 검사는 망막에 빛으로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검사로, 가장 유용한 검사법으로 평가된다.

윤준명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유전 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항산화제 치료ㆍ줄기세포 치료ㆍ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

예방법은 아직 특별한 게 없다. 다만 망막색소변성증 진행을 늦추기 위해 시력이 자외선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나 교정 안경을 착용한다. 과음이나 흡연, 지나친 스트레스는 병 경과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만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윤준명 교수는 “비타민 A·비타민 E·루테인 같은 항산화제 복용이 망막색소변성증을 늦춘다는 일부 보고가 있지만 효과가 뚜렷하다는 근거는 없다”며 “환자는 시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로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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